전국 타워크레인 1500대 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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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1년6개월 만에 총파업
일감 줄어 크레인 임대료 반토막
사업자들 "임금 못 내리면 고사"
노조 "月 842만원 받아야" 반발
서울 재건축 아파트 공사도 차질
건설사 "하루 수천만원씩 피해"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AA.19816906.1.jpg)
사측 “임대료 낮아져 고사 직전”
![](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AA.24533719.1.jpg)
이에 사측은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낮아져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업자는 종합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타워크레인을 대여해준다. 여기에는 타워크레인 기사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인건비는 총 임대료의 35%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500만원이던 타워크레인 한 달 임대료는 올해 650만원대로 반토막 났다. 건설 경기가 나빠져 일감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노사협약에 따라 사측이 지급할 기사 인건비는 월 842만원이다. 임대료를 받아도 모두 인건비로 지출하는 구조다. 한상길 타워크레인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임대료에 맞게 인건비를 지급하려면 3년간 매년 인건비를 21%씩 줄여야 한다”며 “대규모 타워크레인 업체 한 곳도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건설현장 160곳 공사 ‘빨간불’
파업에 따라 공사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 때 전국 타워크레인 3500대 중 1500대가 작동을 멈춘다. 전국 건설현장 160곳에서 파업이 이뤄진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2000가구)’, 강남구 ‘개포4단지 재건축(3375가구)’ 등 아파트 건설 현장이 대부분이다.타워크레인은 건축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에 쓰이는 장비다. 타워크레인 작동이 멈추면 골조 공사뿐 아니라 내부 설비 작업도 할 수 없게 된다. 대림산업은 서울 아파트 건설현장 세 곳에서 골조 공사가 전부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때는 건설현장 558곳에서 타워크레인 1773대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파업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참여하지 않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들이 대부분 노조 소속이어서 마찰을 빚으면 공기를 맞추기 쉽지 않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하려고 해도 노조 눈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하루 수천만~수억원의 피해가 날 우려도 있다. 공사가 멈추면 시공사는 금융이자, 협력업체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한다. 공사가 하루 지체되면 전체 도급액의 0.1%를 지체보상금으로 낸다. 한 전문건설업체 직원은 “타워 기사들은 월급 외에 협력 업체에 기술료 명목으로 500만원 정도 받는다”며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되는데 또 파업에 나선다”고 꼬집었다.
노사는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에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마련한 ‘타워크레인 대여계약 적정 심사제’로 저가 입찰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시기 구성한 노·사·민·정 협의체도 제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게 노사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의견을 적극 논의해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장현주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