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원전'할 때 매년 1조 써서 원전 재가동하려는 日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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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서 100km 떨어진 오나가와 주민, 원전재가동 동의지난 11일 일본 미야기현 오나가와초 의회는 이 지역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 2호기를 재가동하는데 동의했다. 일본 동북지방인 미야기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쓰나미 피해지역의 원전이 재가동되는 것은 오나가와가 처음이다.
日정부, 원전 유치 지자체에 연간 1150억엔 보조금..지자체 수입 10%
지역병원 시스템 경신·야구장 수리비까지 지원해 민심 돌리려
'원전 없이는 탈석탄화 어렵다' 판단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전국 33기의 원전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를 통과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곳만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원자력규제위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기도 어렵지만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극도로 부정적인 여론을 설득하는게 더 어렵다는 평가다. 후쿠시마원전에서 불과 100여km 떨어진 오나가와초 주민들의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오나가와초 주민 6000여명 가운데 1000명 이상이 원전 직원 및 가족인 '원전 마을'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또다른 이유는 '원전 머니'였다.
일본 정부는 '원전3법 교부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원전 가동실적에 따라 보육원과 도서관 등을 건설해 원전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원전 가동실적에 따라서'라는 보조금 지급 명분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원금의 명칭과 운영방식을 바꿔 가동이 중지되더라도 해당 지자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가동실적 대신 가동연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바꾼 게 대표적이다. 오나가와초의 경우 2017~2018년 원전 운전연수가 30년을 돌파했다는 이유로 10억8000만엔을 받았다. '원전입지지역대책교부금'이라는 항목도 추가됐다. 지난해 ▲오나가와초 사회복지협의회직원 7명의 급여(약 2800만엔) ▲지역 병원의 전자 진료카드 시스템 경신(약 7700만엔) ▲체육관, 테니스장, 야구장 개수비(약 2억4000만엔) 등에 3억5000만이 지급됐다. 이런 식으로 일본 정부가 올 한 해 원전이 있는 지자체에 지급하는 보조금만 적어도 1150억엔(약 1조2239억원)에 달한다고 마이니치신문은 25일 보도했다.지급방식을 바꾸면서 원전 보조금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오히려 늘어났다. 2010년 5억3000만엔이었던 오나가와초의 원전 보조금은 지난해 최소 27억엔으로 5배 증가했다. 원전 관련 각종 보조금을 합하면 오나가와초 1년치 세수(309억엔)의 1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전이 재가동되면 가동실적에 비례해 전력회사로부터 징수하는 '핵연료세'의 일부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견학이나 광고지 발행 등에 쓰이는 '광고·조사 등 교부금'도 2015년 이후 동일본대지진 이전 수준(연간 1000만엔)을 회복했다.
일본에서도 '원전 머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정부 내에서는 "경제산업성이 입맛대로 제도를 바꾼다"는 지적이 있따른다. 다나카 히데아키 메이지대 전임교수는 "'원전 머니'는 보조금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돌아가지도 않는 원전에 국가예산을 쏟아붓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카가와 다케오 국제대 교수는 "보조금을 늘림으로써 지역주민들로부터 재가동의 동의를 받기 쉽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일본이 원전 재가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50년까지 일본의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줄여 '탈석탄 사회'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77%인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1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도 원전이 전력의 일부를 담당하지 않고서는 탈석탄사회 달성이 불가능하다는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영토가 남북으로 3000㎞에 달하는 일본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인 공급원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6%까지 떨어진 원전 비중을 20% 이상 끌어올리려는 이유다. 1㎾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전은 10엔, 해양풍력발전은 30엔이 드는 비용구조도 원인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탈(脫)원전과 ‘2050 탄소 중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의 재고없이는 탈석탄사회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원전 없이도 탈석탄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우리나라와 탈석탄사회를 위해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일본. 2050년이면 누가 맞았는지 판가름나겠지만 그 때가서 지나간 30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