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만 알면 송금 'OK'…은행권, 모바일 앱 개편해 '카뱅'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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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앱 고도화 집중모바일 금융 플랫폼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구성을 바꾸고 기능을 간편화하는 등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쉽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카카오뱅크에 뺏긴 소비자들을 찾아오겠다는 전략이다.
거래시간 줄이고 절차 간편화
코로나19 여파에 이용건수 증가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3일 'NH스마트뱅킹'을 개편했다. 계좌 목록과 잔액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체 거래를 단순화 해 거래 시간을 줄였고, 첫 화면에서 예적금 만기, 우대혜택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농협카드 앱 설치 없이 카드 승인내역, 이용대금 등을 조회 가능하다.우리은행도 지난 18일 '우리WON뱅킹'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설문조사, 앱 리뷰 등 소비자 반응을 적극 반영해 연락처 이체 기능, 신분증 촬영인식 기능을 개선했다. 연락처 이체 기능은 계좌 번호를 모르더라도 연락처만 입력하면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다. 카뱅의 카톡 친구 이체와 비슷하다.
신한은행도 이달 초 '쏠'의 주요 기능을 뜯어 고쳤다. 모든 계좌(타행 포함)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전체 계좌 조회 기능을 넣었고 이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입력 내용을 별도 분리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도 비슷한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거래 잔액이 부족할 때 타행 계좌에서 빠르게 이체할 수 있는 충전 기능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뉴 하나원큐'를 새롭게 선보였다. 은행권 최초로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고 다양한 송금 기능을 추가했다.은행들이 모바일 앱을 개편하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바일 금융 열풍이 다시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터넷뱅킹 등록자는 1억6479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으로 전년 말 대비 3.5% 늘었다. 인터넷뱅킹 등록자의 대부분은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기간 25% 늘었고 이용 금액도 같은 기간 11% 증가했다. 한은은 당분간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당장 카카오뱅크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지만 갈 길은 멀다.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한 달간 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사람 수)는 카카오뱅크가 1247만명으로 2위 국민은행(1066만명)보다 180만명 많다. 신한·농협은행의 이용자 수는 800만명대로 카뱅의 3분의 2 수준이다. 우리·하나은행은 각각 600만명, 30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