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알리바바만 이커머스가 아니다[애널리스트 칼럼]

한주기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코로나19라는 변수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지난 3월의 증시를 뒤로한 채, 언제 그랬냐는 듯 주식 시장은 다시 역사적 최고점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각 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팬데믹의 반사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산업이 바로 이커머스(E-commerce)다. 코로나19는 이커머스의 성장을 구조적으로 가속화시켰다. 2030년 예상했던 모습이 2020년으로, 무려 10년이 앞당겨졌다. 유통업의 판도가 송두리째 변화한 것이며, 이제 이커머스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우리는 작금의 상황이 일회성 수혜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따라서 이커머스의 구조적인 장기 상승을 예상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누적된 인프라 투자가 빛을 발휘하며 오프라인 매장 전유물(=즉시 소유)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가치를 온라인에서 누릴 수 있게 된 이상, 굳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러나 구조적 성장의 수혜가 모든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배분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 중 1) 카테고리 킬러, 2)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3) 로컬 플랫폼 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큰 테마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테고리 킬러의 대표 기업으로 츄이(Chewy), 엣시(Etsy), 베이커(BeiKe), 알리건강 등이 있으며,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 기업으로는 쇼피파이(Shopify)를 들 수 있다. 로컬 플랫폼에서는 중국의 징동닷컴, 중남미의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동남아시아의 Sea Limited 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훌륭한 투자 대안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앞으로도 시장지배력을 확대시키며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익률 측면에서 두 회사만이 정답은 아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생존을 넘어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상대적인 리스크는 높지만, 옥석만 잘 가려내 투자한다면 달콤한 초과수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고민은 지속성이다. 코로나19 반사이익에 기댄 고성장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공은 결제, 광고 등 신사업으로의 방대한 확장 가능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급격한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이유다. 2020년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은 시작에 불과하다. 여전히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