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끝?…'16년만 최저치' 대일 무역적자 확대 조짐

지난해 9월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일본산 차량'인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지난해 16년 만에 최저치로 줄었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최근 일본산 불매운동이 주춤하며 일본산 소비재 등의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65억6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4억2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됐다.이 기간 일본으로 가는 수출 물량은 전년 13.0% 줄은 206억3000만달러였고,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은 7.3% 감소한 371억9000만달러였다.

그간 일본은 항상 한국의 무역 적자국 1위다.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해마다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내왔다.

다만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일본산 수입도 크게 줄었다. 당시 연간 무역적자는 2003년 이후 최저치인 191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이같은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됐다. 다만 점차 '노재팬' 운동이 주춤하며 일본으로의 수출 감소 폭은 커졌고, 반대로 일본산 수입 감소 폭은 둔화해 무역적자가 다시 벌어졌다.

대 일본 수출 증감률(금액 기준)은 지난 3월 0.1% 증가에서 4월 3.0% 감소로 돌아선 뒤 6월 -10.2%, 7월 -11.9%, 8월 -13.0%, 9월 -12.4%, 10월 -13.0% 등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반대로 일본산 수입 증감률은 완화세다. 지난 1월 -21.9%였다가 7~8월 -9.6%로 둔화한 뒤 9월 -8.6%, 10월 -7.3%로 완화했다. 불매 운동이 벌어졌던 일본산 소비재 수입도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이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18일 발표한 지난달 무역통계를 보면 일본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렉서스는 871대를 팔아 작년 10월보다 91.0% 늘었고, 도요타는 35.5% 증가한 553대를 판매했다.

앞서 일본계 패션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 13일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신상품을 내놓자 일부 매장 앞에는 고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최근 일본 맥주도 일부 '4캔 1만원'을 다시 도입하는 등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대한 공급가격을 낮추는 등 한국 시장 재탈환에 애쓰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 일본과 교역량도 점차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RCEP 체결로 인해 간접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효과를 누린다. 민감한 품목은 이번 양허 대상에서 빠졌지만, 시장 개방으로 인한 교역 증대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