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려 해도 양도세·취득세 겹겹 압박…'퇴로 없는' 稅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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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은퇴 1주택자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반영률)을 상향하는 등의 정책을 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을 중심으로 현재 사는 집을 팔고 보유세가 적게 부과되는 곳으로 이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주택 양도소득세 공제 요건이 달라지면서 양도세 부담이 급증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양도세를 징수할 때 거주기간을 감안해 공제해주기로 했다. 1주택일 경우 올해까지는 2년만 거주하고 10년을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 10년 보유 및 10년 거주를 해야 한도인 80%까지 공제받는 것으로 바뀐다. 1년으로 치면 보유 4%포인트, 거주 4%포인트씩이다.10년 전 10억원에 매수한 뒤 2년간 거주한 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해 10억원의 양도차익을 버는 경우 기존에는 2273만원을 양도세로 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6560만원 증가한 8833만원을 내야 한다. 차익의 10%에 육박하는 금액을 양도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단기 거래일 때는 양도세율이 크게 뛴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입주권 포함)에 대한 양도세율은 종전 40%에서 70%로 인상되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종전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 대신 60%가 적용된다.
종부세 등 보유세를 적게 내려면 종부세 부과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이전에 집을 처분하는 게 좋지만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선 집을 가능한 한 오래 보유하고, 거주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집을 팔고 이사를 할 경우 매수가격의 1~3%를 취득세로 더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퇴자들은 1가구 1주택 보유자라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다주택자의 부담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세 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 추가세율은 ‘기본세율+30%포인트’로 인상된다. 두 채 보유 시 추가세율은 20%포인트다. 이에 따라 양도세율이 최고 75%까지 오른다. 양도차익이 10억원인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는다. 2주택자는 5억3000만원, 3주택자는 6억4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을 내년 6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면 그 전에 집을 팔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금으로 노년층을 외곽으로 밀어낸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