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LG의 인사 묘수…'장수' 안 바꾸고 '젊은 참모' 대거 발탁

임원 승진 177명

경영 불확실성 대비 '신구 조화' 통한 '안정 속 혁신'에 중점
CEO·사업본부장 4명 선임…주요 계열사 사장 대부분 유임
45세 이하 임원 24명…연중 외부인재 영입해 미래 준비 박차
LG그룹은 26일 이사회에서 (주)LG를 인적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 사진은 LG그룹 본사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한경DB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LG그룹이 26일 발표한 ‘2021년 임원 인사’의 특징을 표현한 말이다. 인사 뚜껑이 열리기 전까진 LG 안팎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세대교체 인사를 본격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하지만 구 회장은 전장의 ‘장수’ 역할을 하는 대표이사(CEO)를 대부분 유임시켰다. 대신 참모인 임원진엔 새로운 얼굴을 많이 넣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 국내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 속에서 ‘인사 묘수’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확실성 속에서 ‘신구 조화’를 통해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뒀다는 얘기다.

구광모식 ‘실용주의’ 반영

지난해 LG그룹 임원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였다. 60대 이상 CEO급 인사는 대부분 물러났고 그 자리를 권봉석 LG전자 사장(CEO), 배두용 LG전자 부사장(CFO), 강계웅 LG하우시스 부사장(CEO) 등 50대 중후반의 경영진이 대신했다.올해 CEO 인사의 특징은 ‘안정’이다. 부회장단 중에선 ‘용퇴’를 결정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한 차석용·권영수·신학철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대부분 유임됐다.

사장으로 승진한 CEO도 있었다. LG인화원과 실리콘웍스에선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명관 부사장, 손보익 부사장이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다음달 LG화학에서 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엔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이 내정됐다. LG는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본부장급에선 ‘세대교체’ 인사

참모진엔 변화가 작지 않았다. 올해 LG는 177명의 승진 인사와 함께 4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는 등 181명의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2019년 168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구 회장을 직접 보좌하는 (주)LG에선 대외업무를 총괄했던 이방수 CSR 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LG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주요 계열사에서 각 사업본부를 이끌며 대표를 보좌하는 ‘사업본부장’급에서도 변화가 작지 않았다. LG전자의 주력인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은 1967년생 류재철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이 맡게 됐다.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엔 남철 경영전략총괄 전무가 임명됐다.성과를 낸 본부장에겐 ‘사장 승진’이란 보상이 주어졌다. LG전자에선 이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이 사장을 달았다. 이 사장은 1988년 입사 이후 영업, 전략, 유통, 마케팅 등을 두루 거쳤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지웅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여성 임원 대거 발탁

빠르게 성장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 등 미래성장사업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임원으로 대거 발탁됐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12명, LG디스플레이 플라스틱 OELD 사업부에서 5명이 새로 임원이 됐다. 구 회장도 최근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고 육성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새로 임명된 ‘45세 이하’ 임원은 24명으로 작년(21명)보다 늘었다. LG전자 신규 임원 중에선 1970년 이후 출생 비중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70%로 높아졌다.

올해엔 전략·마케팅·기술·R&D(연구개발)·생산·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에서 여성임원 15명이 새로 탄생했다. 신규 선임 임원 5명 중 2명이 여성으로 채워진 LG생활건강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지혜경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1983년생) 등 30대 여성임원도 탄생했다.정기인사와 별도로 올해에만 23명의 외부 출신 임원이 LG에 영입됐다. LG 관계자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전문적인 역량을 높이고, 순혈주의에서도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안재광/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