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데이터경제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장문의 축하 편지를 보냈다. 바이든이 승리 선언을 한 날에 보낸 편지였다. 그는 편지에서 미국인 모두가 디지털 기술을 익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MS는 이를 위한 다리 역할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미스 사장이 정작 주안점을 둔 건 안면인식 기술이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미국에선 안면인식 기술을 통제하는 법안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래에 적합한 새 법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도 9일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개방적이고 안정된 5세대(5G) 이동통신 생태계에서 프라이버시법을 만드는 데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크리슈나 CEO 또한 대중 감시와 기본인권 자유를 침해하는 안면인식 기술의 사용 및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에 IBM이 준비돼 있다면서 기술로서 인권을 지키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면인식 막아달라는 IBM

MS와 IBM은 정보기술(IT) 분야 전통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안면인식 기술 개발과 활용 금지를 촉구한 게 특이하다. 안면인식 기술은 중국 정부가 사용하면서 논란이 된 데이터 기술로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미국의 대형 IT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칩 업체와 무선통신 기업 등 많은 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MS와 IBM은 인권 침해 등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이 기술을 통제해 인권을 중시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 기업들은 데이터로 승부를 건 ‘IT 공룡’은 아니다. 지난달 독점금지법 위반 의혹으로 미 의회 청문회에 나온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와 차별화된다.

미국 다우지수가 25일 30,000을 넘어섰다고 한다. GAFA의 실적이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GAFA의 실적은 엄청나다. 아마존의 3분기 누적매출은 960억달러이며 구글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9% 올랐다. GAFA에 MS를 합친 5개 기업의 시가총액만 7조1000억달러로 코스피 시총의 네 배가 넘는다. 미국 주식 전체에 차지하는 비율이 17%나 된다. 정작 이들에게 매출보다 더 큰 파워는 소비자와 업체들의 데이터 축적이다. 데이터야말로 이들 기업의 혁신의 원천이고 장래 기업 성장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빅테크 규제 목소리 커져

미국 의회가 내세운 GAFA의 독점 이유도 소비자에게서 얻은 엄청난 데이터를 자사의 사업 확대와 수익 확보에 쓴다는 것이다.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아마존은 인터넷 사이트에 내놓은 사업자들의 데이터를 부정 이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들 기업의 독점 논란에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들 기업에서 엄청난 돈이 선거 자금으로 들어간 것도 있지만 독점 여부를 가리기엔 워낙 논쟁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정작 중요한 건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마존이 미국의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미국 24개 아마존센터에서 2만2000명 이상을 신규 고용했다. 현재 아마존에 점포를 내는 업체들의 고용 인원을 합치면 110만 명이 된다. 데이터 경제가 커지면서 논란도 늘고 있다.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의 규제는 물론 GAFA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갈수록 커질 것 같다. 바이든이 데이터 경제를 어떻게 손질할 지 주목된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