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 '1등 DNA' 심고 홀로서기하는 구본준 고문

32년간 LG전자·디스플레이 등성장에 기여
"후대에 부담 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별 결정

㈜LG 구본준 고문이 새 지주사를 세워 홀로서기에 나선다.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 고문이 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름다은 결별'을 하는 것이다.

구 고문은 26일 열린 ㈜LG 이사회 의결에 따라 앞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 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가칭 ㈜LG신설지주)를 설립해 독립경영에 들어간다.
지주사 설립은 LG 전통에 따른 계열분리 수순이다.재계 관계자들은 내년 5월 독립경영이 시작된 후 머지 않아 계열분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 고문은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2018년 3월 구광모 대표가 그룹 회장에 오르자 고문으로 빠지며 경영 일선에서 깨끗하게 물러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고문이 LG가의 전통에 맞게 별다른 잡음없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평가했다.재계는 구본준 고문이 LG그룹에 몸담은 32년 동안 LG그룹에 1등 DNA를 심어주며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부친인 고 구자경 회장,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도와 LG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구 고문은 부임하는 곳마다 '1등 DNA'를 외치며 LG그룹에 일등주의를 심었다.1999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으면서 회사의 공식 인사말을 '일등 합시다'로 바꾸고 전 임직원의 명함에 'No.1 Members,No.1 Company(1등 직원, 1등 회사)'라는 슬로건을 새겨 넣게 할 정도였다.

2010년 LG전자 CEO로 부임했을 때에도 회의 시작 전 사용하는 공식 인사말을 "반드시 일등 합시다"로 정했다.

이러한 각오를 통해 '연구개발(R&D)'과 '제조' 역량을 사업의 근간으로 여기고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고문이 LG전자 CEO로 재직하는 5년간 R&D 투자는 2010년 2조7천억원에서 2015년 3조8천억원대로 40%가 늘었고 R&D 인력도 2010년 1만4천여명에서 2015년 2만명 수준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을 볼 때마다 "품질을 놓치면 생존의 기반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가전은 LG'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생활가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된 것도 구본준 고문의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우선 중심의 경영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2010년부터는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를 이끌 때는 LG 시그니처, 트윈워시 세탁기, 그램 노트북 등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미래 성장 기반을 확대했다.

그는 성과는 철저히 챙기지만 따뜻한 리더십을 갖춘 '외강내유(外剛內柔)형' 리더로도 평가된다.재계의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이 20년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며 성과를 냈듯이 계열 분리 이후에도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을 앞세워 성과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