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딜리뷰‥대한항공+아시아나 계획대로 될까?

[편집자 주] 매달 진행된 주요 인수합병(M&A) 딜을 점검해 보는 <딜 리뷰> 코너입니다. 한 달에 두 차례씩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나온 주요 딜의 동향을 정리해 뉴스레터로 전달해 드립니다. 최근 진행되는 딜의 내용이나 시장의 소문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마켓인사이트부 M&A팀장을 맡고 있는 이상은 기자(selee@hankyung.com)에게 메일을 주시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11월16일에 처음 찾아뵌 '딜리뷰'가 2주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2주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딜이라면 단연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겠지요.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을 넣고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8000억원을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어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해서, 1조8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사는 방식의 딜입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둘을 합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는 아름답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 등 3자연합 간의 피튀기는 경영권 분쟁 한가운데에서 산은이 등장했기 때문에 다양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3자연합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산은을 상대로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심문이 지난 25일 있었고요. 11월30일 혹은 12월1일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12월2일에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이뤄집니다. 올 초부터 진행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이 지난 24일 진행됐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를 주로 만드는데, 경쟁 굴삭기 제조업체인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KDB인베스트먼트(산업은행 자회사)와 같이 컨소시엄을 꾸려서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현중 컨소시엄이 제일 세 보였는데 건자재를 주로 하는 유진그룹이 뛰어들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두 회사가 경쟁 구도이고, 예비입찰에서 뒤늦게 합류한 GS건설-도미누스PE 컨소시엄은 본입찰에 아직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가능하면 빠르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고 했으나 2강 구도가 되면서 프로그레시브 딜(주요 입찰자끼리 다시 한 번 가격을 제출하게 해서 경쟁을 붙이는 매각 방식)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중에는 결론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두산의 대주주들은 두산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26일)한 것도 긴 구조조정 절차의 마무리 작업에 해당합니다. 두산퓨얼셀 지분 무상증여는 오너 일가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것이었지요.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퓨얼셀 주가가 그간 급등한 덕분에 박 회장 등 오너 일가로서는 증여 규모가 커지고 책임도 많이 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후문입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가 내달 24일 예정돼 있습니다. 그러면 3조원 규모 자구안 대부분이 실현됩니다. 두산베어스가 가을야구에서 NC다이노스에 진 것은 안타깝지만, 한때 두산베어스까지 매물로 거론됐던 것을 생각하면 두산그룹은 올해의 준우승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LG그룹이 쪼개지고 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주)LG 고문이 이끄는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 5개사가 지난 26일 인적분할을 결정했습니다. (주)LG 신설지주로 새로 탄생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LG하우시스가 자동차소재 사업부를 팔고 있는데요. BOA(옛 메릴린치)를 주관사로 해서 매각이 진행 중입니다. 현대BNG스틸, KCC 등을 태핑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현대BNG스틸과 협상이 좀 진전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다만 아직 완전히 딜이 끝난 것은 아니어서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 대상에 LG하우시스가 포함돼 있어 비주력 사업부 매각 절차는 계속 속도를 낼 것 같습니다.

'배민(배달의민족)' 없이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버텼을까요. 작년 요맘때 한국 자본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민(우아한형제들) 인수 건에 대한 공정위의 제동도 M&A 업계를 긴장시킨 뉴스였습니다. DH는 작년 12월 김봉진 창업자의 지분과 힐하우스캐피털 등 해외 여러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배민 지분을 약 4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배민(시장점유율 59.7%)에 딸려 있는 요기요(시장점유율 30.0%)를 팔아야만 이 거래를 승인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통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딜의 공정거래 이슈를 담당하고 있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요즘 사모펀드(PEF)들은 어지간한 재벌그룹 못지 않게 많은 기업을 관리해야 합니다. 좋은 회사를 사는 것보다도 회사를 사서 잘 통합하고(PMI) 운영해야 회사의 가치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퍼레이션을 담당할 법인을 따로 두는 추세입니다. IMM PE가 최근 매각한 커피숍 브랜드 할리스를 운영했던 김유진 대표에게 이 역할을 맡겼습니다. 다른 PEF들도 이와 비슷한 오퍼레이션 담당 조직을 두는 추세입니다. PEF가 우리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안정되고 있는 한 증거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조선 해운 관련한 딜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STX조선해양은 과거 모나리자와 엘칸토 등 잇딴 M&A 행진을 벌였던 김광호 회장이 이끄는 KHI인베스트먼트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2007년 사들였던 해양플랜트 설비업체 신한중공업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거쳐 2018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가 이번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한진중공업은 현재 예비입찰을 끝내고 후보 6곳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달 중에 본입찰 예정입니다.

삼성화재 중국법인이 텐센트와의 합작사로 변모합니다. 삼성화재가 37%, 텐센트가 32% 지분을 갖는 구조로 텐센트의 온라인 경쟁력을 이용해 개인손해보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느라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진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앱 '오늘의집'(법인명 버킷플레이스)이 미국 본드캐피털에서 7000만달러 투자유치(시리즈C)를 받았는데, 올초까지도 1000억~2000억원을 오르내리던 몸값이 무려 8000억원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유니콘(1조원)이 머지 않았네요. 메가스터디는 재능공유 스타트업 '탈잉'에 6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가 됐습니다. 앵커PE가 TPG에 이어 카카오뱅크에 2500억원을 투자했는데, 카카오뱅크가 상장하면 몸값이 10조쯤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나금융지주랑 비슷한 수준이네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들 기존 딜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2주 동안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딜의 마무리, 한앤컴퍼니의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 인수 마무리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도 12월1일까지 법원의 판단에 따라 Go or Stop의 기로에 서 있고요. 독자 여러분께는 올해 뿌린 씨를 풍성하게 거두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