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 사고에 뇌사 판정…장기기증으로 3명 살리고 세상 떠나(실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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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이용해 대형 현수막 설치하던 중'실화탐사대'에서 추락노동자 고(故) 손현승 씨 사건을 다뤘다.
갑자기 리프트 쓰러져 6m 높이에서 추락
28일 오후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 한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숨진 손현승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고인은 사고 당시 호텔에서 빌린 리프트를 이용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갑자기 리프트가 쓰러져 6m 높이에서 추락했다. 그는 추락 당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고인은 바쁜 의사 형을 대신해 가족을 돌봤다. 십여 년간 늘 현장에서도 동료를 위해 위험한 일을 자처했다.
사고가 발생한 호텔 측은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 변호사는 당시 현장 상황 때문에 안전지지대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이날 방송에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로 있는 친형 손봉수 씨는 "차마 부모님에게 (동생이) 뇌사 상태 (사고를 당했다고) 말을 못했다. 그런 말을 드리기가 너무 힘들어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고심 끝에 장기 기증을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손봉수 씨는 "제 동생의 몸이 다른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일부분이라도 (현승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며 "다른 거 다 내팽개치고 의사를 했는데, 그 의사를 한 형이 아무것도 못 해주니깐 그게 동생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수술 날 아들을 배웅하던 모친은 "먼저 가 있으면 엄마가 갈게"라며 끝내 수술실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고인은 심장과 좌우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해당 호텔 연회장에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다가 리프트에서 떨어져 손현승 씨와 함께 있었던 작업자 A 씨에게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 현수막 업체 대표는 소속 작업자들의 안전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