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일본식 공매도' 가닥…내달 의견수렴

개인 공매도 종목·수량 확대 방향…"시기상조" 목소리도
금융당국이 대주 공급 통합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종목의 주식을 대여해주는 '일본식 공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인 투자자 일각에서는 불법(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다음 달 2일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연다.

증권금융으로부터 '개인투자자의 주식차입 매도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조성방안 연구' 용역을 받아 연구해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검토한 뒤 개인 공매도 활성화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공매도 제도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신용도 파악이 쉬운 기관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등을 통한 대차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지만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려(대주) 공매도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차입 종목 및 수량, 기간 등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증권금융에 따르면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월 13일 기준 개인이 대여할 수 있는 종목은 409개에 불과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33억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원화된 대주 공급 주체를 통해 다양한 종목과 풍부한 물량의 주식을 대여해주는 일본식 공매도를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해왔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개별 증권사가 스스로 확보한 주식만을 재원으로 활용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서비스 수량에 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주식 대여 재원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금융기관을 육성해 서비스가 최적의 수준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거래대금 기준)는 전체 공매도 거래의 23.5%를 차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식과 똑같진 않겠지만 빌려줄 수 있는 주식 물량을 확보하고, 그 중심에 증권금융을 두는 방식 등이 큰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대출 담보로 받기 위해 맡긴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매도 가능 물량으로 편입하는 방식 등도 검토될 수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개인 공매도 확대 움직임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한투연은 "자본시장 시스템을 결점 없이 선진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섣불리 개인 공매도를 확대했다가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란 이야기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2018년 5월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시스템 구현 및 집행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상 거래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매도자의 모든 거래정보를 파악해야 하지만 장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매매정보를 실시간으로 거래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후 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는 정무위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심사과정에서도 "불법 공매도 시 주문금액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 이해의 벌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개인 공매도 기회 확대,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정비한 뒤 내년 3월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할 방침이다.금융위는 "공매도가 위험성이 큰 거래인 만큼, 투자자 보호 보완 조치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