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과학자 암살로 중동 전운 고조…하메네이 "복수할 것"

이란 "美·이스라엘이 배후" 주장

미국, 공식 반응 없이 항모 급파
바이든 '핵합의 복원' 차질 우려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가 암살되고 이란이 그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동에 항공모함을 급파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27일(현지시간) 국방부 소속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59)가 테헤란 인근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아 암살됐다고 보도했다. 그가 탄 자동차는 폭파된 뒤 총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통해 세계의 오만한 세력(미국)과 그 용병인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에서 “가해자와 책임자들을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복수와 징벌”을 다짐했다.

이란은 올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뒤 이라크 주둔 미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지만 공격을 확대하지는 않으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암살을 계기로 중동지역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니미츠 항공모함을 중동지역에 급파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력 증강용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각국이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타임스는 이번 암살의 배후는 이스라엘이란 것이 정보요원들의 얘기이며 이스라엘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란 핵합의(JCOPA) 복원 등 미·이란 관계 회복을 막는 것이 이번 ‘암살 작전’의 진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암살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불편해진 데다 이란 내에서 핵개발 지지 여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은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를 참여시켜 맺은 협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외교적 실패라고 비난하며 2018년 5월 탈퇴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