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價 인상 부작용 속출…올 건보 피부양자 51만명 자격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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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失政, 전 국민이 유탄
공시가격 15억원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 무조건 탈락
'집값 9억·연소득 1천만원' 땐
月 건보료 0원→23만1400원

은퇴자 건보 피부양자 탈락 속출
정부가 작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자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고 국가장학금,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제도 자격요건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급격히 올리면 건보료 부담이 늘고 복지 수급 탈락자도 증가할 것이란 얘기였다. 더구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시세 자체도 급증하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가 더 컸다.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서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으면 소득에 관계없이 탈락한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사람은 다음달부터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연소득 1000만원 이상’ 요건에 걸리는 사람은 월 건보료가 0원에서 최소 23만1400원으로 확 뛴다.
국가장학금 탈락자도 늘어날 듯
기존에 건보료를 내던 사람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최근 소득·재산 변동을 반영해 건보료를 조정한 결과, 11월분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전월보다 가구당 평균 8245원(9.0%) 올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인상액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인상률은 2015~2017년엔 4~5%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9.4%, 작년 7.6% 등 2년 새 증가폭이 확 커졌다.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후폭풍은 학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2021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집값이 많이 뛴 서울 주택 보유 가구는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 국가장학금은 재산의 소득환산액과 실제 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가구가 받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산정방식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월소득 300만원, 아파트 공시가격이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4인 가구의 대학생은 올해는 국가장학금을 받지만 내년엔 못 받는다. 아파트 공시가격 6억원은 시세로 환산하면 약 8억원이다. 작년 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6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서울의 대학생은 장학금을 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는 “무리하게 공시가격을 올리면 은퇴자가 직격탄을 맞는다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정부가 무시한 탓에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