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순환매 장세…원유·리츠로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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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추락했던 국제유가올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급랭으로 약세를 보였던 원유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였던 채권과 금 가격은 주요 자산군 중 수익률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 해소,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기대, 경기 회복 낙관론 등으로 시장에 위험 선호 성향이 강해지면서 자산별 로테이션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들어 25% 뛰며 급반등
원유 ETF 1개월 수익률 30%
글로벌 리츠 ETF도 강세
인기 끌던 채권·金 수익률은 하락
경기 낙관론에 뛰는 유가
최근 1개월 동안 주요 자산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한국 코스피지수 추종 ETF에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을 따르는 ETF가 두 번째로 높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United States Oil Fund’는 한 달간 12.7% 수익률을 기록했다.국제 유가는 지난 4월 코로나19 충격으로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배럴당 35달러 안팎에서 형성됐던 WTI 선물가격은 11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45달러 선을 넘어섰다. 11월에만 25% 뛰어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11월 들어 모두 배럴당 10달러 이상 올라 47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유가가 뛰면서 원유 ETF도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11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23%가량 뛰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0%에 달한다. 같은 기간 ‘TIGER 원유선물 Enhanced’ ETF도 17% 올랐다.국제 유가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미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낭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연장 기대도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산유국 모임(OPEC+)이 1일 열리는 회의에서 현행 수준의 감산 기간을 연장하면 12월부터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반면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지난 8월부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관련 ETF 수익률도 최하위로 떨어졌다. ‘SPDR Gold Shares’는 최근 한 달간 6.3% 하락해 미국 장기국채 ETF에 이어 주요 자산 ETF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글로벌 리츠 반등
코로나19로 주가가 부진했던 글로벌 리츠 상품의 회복세도 눈에 띄고 있다. FTSE 글로벌 리츠지수(FTSE EPRA/Nareit Global REITs)는 11월에 12% 이상 뛰며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18% 수준인데, 최근 한 달 동안 수직 상승했다.글로벌 리츠 ETF 수익률도 뚜렷한 회복세다. 미국 리츠 ETF인 ‘뱅가드 리츠’는 한 달 동안 8.9%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요 자산 ETF 중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리츠 ETF인 ‘TIGER부동산인프라고배당’은 3.3%의 성과를 냈다.특히 오피스와 리테일 중심 리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로 급부상했던 데이터센터와 물류, 통신타워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 리테일 ‘사이먼프로퍼티’, 오피스 ‘보스턴프로퍼티’ 등은 1개월 수익률이 38%를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데이터센터 상품인 ‘이퀴닉스’ ‘케펠DC리츠’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닛폰 빌딩 투자법인’ ‘재팬 리테일펀드’ 등 일본 주요 리츠도 한 달 수익률이 3~6%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리츠 중에선 ‘신한 알파리츠’가 1개월 수익률 4.1%로 주요 상장 리츠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대표적 리테일 상품인 ‘이지츠코크랩’은 1.5%, ‘롯데리츠’는 -0.9%를 기록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11월 들어 세계적으로 자산시장 전반에서 로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과 달러 약세 영향으로 지역별·자산별 성과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기대감 반영 수준이라 특정 자산 쏠림 투자보다는 분산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