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상회의 땐 긴장으로 식은땀…이젠 '줌'으로 인턴 면접도 '척척' [김상무&이부장]

코로나 시대 간부들의 '슬기로운 온라인 생활'

처음 맛본 화상회의 '신세계'
불참자 없고 필요한 이야기만
'카톡 알림 묵음 처리하기' 등
화상회의 전용 에티켓도 익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uyung.com
왠지 모르게 살짝 긴장된다. 설명을 충분히 들었지만, 서툴게 보일까봐 초조해진다.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거울을 힐끔 쳐다보기도 한다.

올 들어 많은 김상무 이부장들이 이 기분을 느껴봤을 것 같다. 첫 ‘화상회의’를 앞두고 느꼈을 감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김상무 이부장도 화상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엔 서툴게만 보였다. 그런데 다들 거뜬히 해내고 있다. 다양한 기법을 익히고 적극 활용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완벽 적응한 김상무 이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화상회의의 편리함에 빠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됐지만, 어느새 화상회의의 매력에 빠진 김상무 이부장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은 화상회의 ‘예찬론자’가 됐다. 요즘 대부분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고 있을 정도다. 오프라인으로 회의할 때는 쓸데없는 잡담을 주고받거나 주제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곤 했다.

그런데 화상회의에선 장황하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참여자들이 필요한 말만 해 회의가 일찍 끝난다. 회의가 늘어져 업무가 밀리는 일이 줄어들면서, 업무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언제 어디서든 회의를 할 수 있다 보니 외근 등으로 불참하는 사람도 없다. 김 부장은 “처음엔 화상회의가 막연히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신세계처럼 느껴진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불가피한 때가 아니면 가급적 화상회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신 부장도 화상회의의 편리함에 매료됐다. 온라인 회의 솔루션 ‘줌(ZOOM)’을 이용하면 부원들의 얼굴을 한번에 볼 수 있다. 관련 업무 파일도 채팅창에서 바로 주고받을 수 있다. 비공개로 특정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을 알고 난 뒤엔 회의 도중 궁금한 걸 부원에게 슬쩍 물어보기도 한다. 약간의 ‘일탈’도 즐기며 지낸다. 상의는 깔끔하게 갖춰 입더라도, 바지는 편한 트레이닝복이나 잠옷을 입은 적도 있다. 신 부장은 “오프라인 회의를 할 때보다 왠지 부담감이 적다”며 “개인적으로는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채용도 과감히 온라인으로

이제 김상무 이부장들은 ‘언택트 새내기’ 티를 벗고 화상회의를 능숙하게 주도할 수도 있게 됐다. 대형 건설사의 김 상무는 처음 화상회의를 하던 날, 갑작스럽게 각종 소리를 ‘첨가’하는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질렀다. 카톡 알림을 무음으로 해두지 않아 회의 내내 ‘소음’을 냈다. 이후 화상회의 에티켓을 검색하고 숙지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됐다.

김 상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 회의의 단점을 샅샅이 파악하고 보완할 방법도 생각해냈다. 그는 “화상회의를 하면 대면회의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회의 주제를 더 명확히 하고 몇 가지 안건만 정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화상회의에 필요한 에티켓도 정했다. 김 상무는 “화상회의를 이용하면 1~2초간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로 대화 내용이 섞일 수 있다”며 “그래서 한 사람이 말을 끝내면 잠시 쉬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프로젝트매니저인 최 부장은 채용을 온라인으로 하는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줌을 통해 인턴을 선발했다. 이전에는 인턴 한 명을 채용할 때도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인터뷰 장소를 마련하고 점심시간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로 시간을 맞춰야 했다. 그런데 줌을 활용하니 불필요한 준비 과정이 사라졌다. 최 부장은 “시간 낭비를 줄이면서도 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지원자들의 이야기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온라인 회의를 위해 기기까지 바꾼 김상무 이부장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홍보팀에 근무하는 성 팀장은 최근 영상회의에 쓸 용도로 태블릿PC를 구매했다. 스마트폰으로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화면이 작아 상대방을 보기 힘든 데다 데이터 전송이 자주 끊겼다. 그는 “가격이 비쌌지만 성능과 디자인을 고려해 괜찮은 제품을 골랐다”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샀는데 회의가 원활히 진행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비대면 세탁 앱 이용도 ‘척척’

업무로 익힌 언택트 기법을 일상에 적용하는 김상무 이부장도 늘어나고 있다. 각종 카드와 명함으로 가득하던 유통업체 진 부장의 지갑은 최근 두께가 절반으로 줄었다. 아날로그만 고집하던 그가 화상회의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슬기로운’ 언택트 생활을 위해 스마트폰 앱을 잔뜩 깔았는데, 이 중에서도 간편결제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진 부장은 “한번 써보니 정말 편리해서 놀랐다”며 “그동안 왜 그렇게 아날로그를 고집했는지 약간 후회될 정도”라며 웃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언택트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도 많다.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이 부장은 최근 회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가족이 사는 세종시에도 3주가량 내려가지 않고 홀로 지냈다. 이 기간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핀테크 앱을 이용해 동료의 경조사를 챙겼고, ‘카카오 선물하기’로 가족에게 빼빼로도 보냈다.예전엔 매주 한 차례 빨래방을 직접 방문했지만, 후배에게 추천받은 ‘런드리고’ 앱을 활용해 세탁물을 비대면으로 보내고 받는다. 이 부장은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도 앱을 통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코로나19와 별개로 더 많은 앱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