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실 무시한 법안"…기재위, 한밤중 전격 보류

국회, 기업 유보소득 과세 제동

일정 수준 넘는 유보금에 과세
기업 "투자·R&D 위축" 반발
내년 시행 사실상 무산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개인 유사법인에 대한 초과 유보소득 과세가 사실상 무산됐다. 개인 유사법인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까지 제약한다는 경제계의 문제 제기를 여야 모두 공감하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30일 밤 회의를 열어 초과 유보소득 과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개인 유사법인)이 유보금을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 쌓아둘 경우 ‘유보소득세’를 물리는 내용이 포함됐다.정부는 개인 사업자가 최고세율이 높은 소득세 과세를 피해 법인 사업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유보소득세 과세 법안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42%이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각각 5억원의 임대수익을 냈을 경우 개인은 1억7460만원, 법인은 8000만원으로 세금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최고세율 45%를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방침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을 위해 유보금을 쌓아둔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유보금을 배당해야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사실상 배당을 강제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중소·중견기업의 호소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같은 중소·중견기업의 목소리에 동의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개별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중소기업의 피해 가능성 등을 감안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 역시 “개인 유사법인 초과유보소득 배당간주 규정에서 해운업, 부동산업 등 일부 산업 분야는 유보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부에 요구했다.국민의힘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투자 위축, 해외유턴기업 방해 등 기업들의 반대 의견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이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계류’로 결정되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는 무산됐다. 기재부가 적용 대상 업종을 제한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향후 개정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