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사 헬스장' 닫았는데…러닝머신 사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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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10개월째 중단에도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개월째 문을 닫고 있는 청사 내 체력단련실의 기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한다. 확보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기구 등 교체에 1억 투입
"해 넘어가기 전에 예산 써야"
1일 서울시와 조달청 등에 따르면 시는 시청 본관과 서소문 별관에 있는 체력단련실의 체성분측정기와 러닝머신, 저주파자극기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 총 일곱 대를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5700여만원이다. 시가 구매 예정인 체성분측정기는 한 대에 3000만원이 넘는 최신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시는 6300여만원을 들여 수건과 샴푸, 비누 등 체력단련실에서 사용하는 소모성 물품도 구매할 예정이다. 현재도 3개월가량 사용할 수 있는 재고가 남아 있지만 물품을 추가 구매해 쌓아놓기로 결정했다.
시청 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체력단련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10개월째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언제 다시 문을 열게 될지 기약도 없다.
그럼에도 시가 시설 개선을 서두르는 이유는 올해 확보한 예산을 해가 넘어가기 전에 소진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편성된 예산을 무조건 집행해 불용·이월 예산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시 관계자는 “교체하는 체육 시설은 모두 사용 가능 연한이 지난 시설”이라며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언제든지 체력단련실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