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노총 선거날만 파업 멈추는 기아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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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대 생산 손실은 나몰라라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은 1일부터 또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주·야간 각 근무조가 하루 4시간씩만 일하고 퇴근하는 방식이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회사 측이 만족할 만한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앞서 타결된 현대차 노사 합의안과 마찬가지로 올해 기본급은 동결하되 성과금 150%, 격려금 120만원,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10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투표하러 출근해서 일당 받아
김일규 산업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기아차 노조는 대신 지난달 25~27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9년 연속 파업의 시작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주 파업으로만 1만2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주 추가 파업에 따라 누적 2만 대가 넘는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예상이다. 기아차 한 달 국내 판매량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광주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주간조 공장 가동마저 중단했다.노조는 지난주 3일 연속 파업한 것과 달리 이번주엔 1, 2일 파업을 한 뒤 3일엔 정상근무를 하고, 4일에 또 파업한다. ‘징검다리 파업’을 하는 이유는 3일엔 기아차 노조가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차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조합원 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만 대의 생산 손실은 아랑곳 않다가 투표하는 날만 어쩔 수 없이 파업을 중지하고 근무하겠다는 것”이라며 “민노총이 아닌 자체 선거일의 경우 투표만 하면 하루 출근한 것으로 인정받아 사실상 유급휴가와 같다”고 말했다. 투표만 하면 일당도 받고 쉴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 이기주의의 민낯”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기아차 노조가 교섭을 거부하고 파업을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잔업 30분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하루 30분 잔업을 없앴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부터 잔업 25분을 5분으로 줄이되, 생산성을 높이는 대가로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하자 기아차 노조도 같은 요구를 내걸었다.
회사가 자동화 설비를 늘려서 30분당 생산대수를 유지하되 실제 일은 10분만 더하고, 30분치 잔업 수당을 받겠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의 150%를 받는 ‘30분 잔업 수당’만 모아도 월 20만~30만원이 된다. 투표일에만 파업을 멈추는 행위나 잔업을 복원해달라는 요구는 결국 ‘일은 하지 않고 월급만 더 받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실업자는 102만8000명에 달한다. 기아차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마저 저버리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