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셀리버리 “세계 유일 세포 투과 기술로 파킨슨병·코로나19 완전 정복할 것”

/ 김영우 기자
셀리버리는 세포 안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창업자인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이 기술만 23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조대웅 대표가 유명세를 처음 탄 건 2001년 미국 반더빌트대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중 생명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논문을 내면서입니다. 줄기세포 등 모든 종류의 세포 안에 기능성 효소(active enzyme)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는 유전공학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죠. 당시 네이처는 ‘창조적 발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전남대 의대 교수 등을 거치면서 관련 연구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세포 투과 기술에 있어서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입니다.

조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는 수많은 연구자와 논문을 봤지만 대부분 기술력 부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했다”며 “외길을 걸어온 셀리버리가 다른 회사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세포 연속 투과 기술 2000억원대였던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이 한 때 2조원을 넘겼던 건(11월 말 기준 1조5000억원 안팎)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체 바이오 의약품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져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 세포 밖에서 질병과 싸우는 이유입니다. 조 대표는 세포 안에서 질병과 싸운다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세포 안에 약물을 넣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TSDT 플랫폼으로 해소했습니다.

조 대표는 “여러 세포를 돌아다니며 약리 작용을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라고 소개합니다. TSDT와 여기에 달린 약물을 세포 안으로 끌고 간 뒤 정상세포는 그대로 통과하고, 문제가 있는 세포에선 머무르면서 약물이 효능을 내는 형태입니다. 이 기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TSDT 플랫폼은 ‘V자’ 모형(그림의 빨간색)의 펩타이드와 여기에 연결된 약물(그림의 보라색)로 구성돼 있습니다. 펩타이드란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입니다. 생체 신호전달 및 기능 조절에 기여하는 물질입니다. 셀리버리는 이를 잘 조합해 약물 전달 물질로 만들었습니다.
V자 모형의 펩타이드는 세포 표면에서 세포막에 결합합니다. 좀 더 자세히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올챙이처럼 생긴 세포막의 인지질 이중막과 결합하는 겁니다. 인지질은 당지질, 콜레스테롤, 단백질과 함께 생체막의 주요 성분입니다. 모든 세포가 인지질 이중막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V자 모형의 펩타이드는 인지질 이중막에 일시적으로 작은 구멍을 냅니다. V자 모형의 끝 부분(아미노산의 일종인 프롤린)이 갈고리 역할을 해 세포를 뚫습니다. 구멍이 잠깐 넓어지면 그 안에 항체 의약품이나 단백질, DNA와 리보핵산(RNA)과 같은 핵산도 끌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포를 돌아다니는 플랫폼

셀리버리 플랫폼엔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V자 모형의 펩타이드를 구성하는 성분이 소수성(hydrophobic)을 띠고 있는 아마노산이라는 겁니다.

hydrophobic이란 단어 자체가 ‘물을 두려워하는’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물(친수성)과 기름(소수성)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름인 소수성 물질은 물로 볼 수 있는 친수성 물질과 잘 섞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수성 물질은 소수성 물질끼리, 친수성 물질은 친수성 물질끼리 잘 달라붙습니다.

그림과 같이 올챙이 모양의 인지질 이중막은 머리 부분이 친수성을, 꼬리 부분이 소수성을 띠고 있습니다. V자 모형의 펩타이드가 세포막에 구멍을 내는 순간 소수성을 띤 TSDT 플랫폼이 올챙이의 꼬리 부분과 결합하는 것이죠. 세포 밖으로 나갈 때도 같은 원리입니다.

소수성과 친수성의 성질을 이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걸 반복합니다. 이 때 TSDT 플랫폼에 담긴 약물은 암세포와 같은 질병이 발견될 때까지 보존돼 있다가 문제가 있는 세포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조 대표는 “펩타이드를 활용한 약물 전달 플랫폼 대부분이 친수성과 소수성이 혼재돼 있어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엔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존 펩타이드 기반의 세포 투과 플랫폼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케다제약과 공동연구 마무리 단계

셀리버리의 의약품은 정맥주사 형태로 주입이 됩니다. 당연히 이 물질은 혈관 속을 돌아다닙니다. 혈관 통로인 내피세포 역시 인지질 이중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혈관을 빠져나와 세포로 향할 때에도 비슷한 작용기전이 일어납니다. 조 대표는 “펩타이드 기반 약물들 상당수가 정맥에서 대부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이런 부작용들을 모두 없앴다”고 자신했습니다.

셀리버리는 TSDT에 대한 기술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약사인 다이이찌산쿄와 유전자간섭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지난 1월 맺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셀리버리의 TSDT 플랫폼에 다이이찌산쿄가 개발 중인 유전자간섭치료제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유전자간섭치료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현이나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RNA 치료제라고도 합니다. 암, 당뇨, 파킨슨병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적용될 수 있죠.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17억 달러어치가 팔렸습니다.

조 대표는 “유전자간섭치료제는 세포막을 투과해 핵 내부의 유전자 발현을 간섭해야 효과가 있다”며 “약물이 세포막을 연속적으로 투과할 수 있게 하는 TSDT가 유전자간섭치료제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밖에 일본 다케다제약과는 운동실조증 치료제에 TSDT를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다케다제약이 외부 임상수탁회사(CRO)에서 효력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결과가 잘 나왔습니다. 그 실험이 끝나고 현재 결과를 정리하고 마지막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조 대표는 “금액만 맞는다면 (결과가 잘 나왔으니) 기술수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 김영우 기자
BBB 직접 통과하는 플랫폼 개발

셀리버리는 TSDT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고도비만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등이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입니다.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 ‘iCP-Parkin’입니다. TSDT가 뇌질환 치료제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지는 혈뇌장벽(BBB) 투과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조 대표는 사람의 뇌를 야구공에 비유합니다. 야구공은 하얀색 가죽 표면 안에 무수한 실타래를 연결해 딱딱하게 만든 물질입니다. 가죽 표면은 해골, 실타래는 BBB, 그 안에 있는 고무는 뇌로 비유합니다.

BBB는 뇌를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게 BBB의 역할입니다. 당연히 약물 침투도 어렵습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에 제대로된 약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과학으로 쉽지 않은 과제인 셈입니다. 근본적 치료 대신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게 최선인 이유죠.

하지만 셀리버리는 TSDT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BBB 역시 세포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지질 이중막이 세포를 덮고 있는 것이죠. 소수성과 친수성을 이용해 직접 BBB를 통과한다고 합니다.

셀리버리에 따르면 BBB를 통과해 곧바로 문제가 되는 부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경직, 서동증(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 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합니다. 퇴행성 뇌질환을 발병 이전 수준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이를 입증하는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020년 4월호에 실렸죠.

TSDT에 붙인 약물은 재조합 단백질입니다. 뇌질환이 특정 단백질 부족 탓이어서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넣는 것이죠. 몸에서 유래된 단백질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도 없습니다. 조 대표는 “나쁜 단백질을 제거하는 청소 단백질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퇴행성 뇌질환은 뇌세포에서 생긴 나쁜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퍼져 나가면서 발병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대다수가 세포 바깥의 나쁜 단백질만 없앨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가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TSDT가 약물 전달 플랫폼이라면 여기에 붙는 약물을 만드는 데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재조합 단백질 형식인데요. 여러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에 의뢰를 했지만 이를 제대로 조합할 수 있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개발을 했는데 대량 생산이 안되면 약물의 가치가 떨어지죠. 최근에 이를 만들어줄 회사를 찾아서 생산을 의뢰했습니다. 개발 장벽이 하나 더 없어진 겁니다.

신개념 코로나 치료제도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iCP-NI’도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입니다.
사이토카인 폭풍의 정식 명칭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SR)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일으키는 주요 증상 중 하나죠.

사이토카인은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신호전달물질입니다. 인체에는 T세포 B세포 NK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가 있습니다. 이들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따로 작동하지 않고 사이토카인을 보내며 서로를 활성화하거나 제어합니다.

CSR은 조직과 장기에 발생한 심각한 염증에 동반되는 증상이죠. 쉽게 말해 면역반응을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사이토카인이 혈류에 방출돼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겁니다. 바이러스를 죽여하는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조직이나 장기가 망가지는 겁니다.

셀리버리는 iCP-NI가 사이토카인과 관련된 유전자를 조절합니다. 작용기전을 간단히 보게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몸 안에 진입해 정상세포에 달라 붙습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RNA를 정상세포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전사인자가 바빠집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으니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사이토카인을 활성화시키자고 핵 안에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일종의 전령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전령이 핵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셔틀버스가 필요합니다. 임포틴(importin)이라고 하는 단백질입니다.

iCP-NI는 셔틀버스인 인포틴과 결합합니다. 전사인자가 핵 안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을 완전히 막는 것이죠. 조 대표가 이를 “근본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제”라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 길목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전령인자가 DNA에 신호를 보내면 69가지 사이토카인 신호를 보냅니다. 신호가 나온 다음에 사이토카인을 막는 게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DNA에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셀리버리는 iCP-NI가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제이지만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사이토카인을 줄여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죠. 미국에서 수행한 영장류 실험에서 데이터도 확보했습니다.

셀리버리는 아프리카 그린 원숭이를 대상으로 미국의 CRO 회사 서던리서치에서 이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위약군의 바이러스 양은 평균 124% 증가한 반면 iCP-NI를 투여한 원숭이들은 8일 만에 바이러스 양이 평균 82.4% 감소했습니다. 산소포화도와 분당 심장박동수가 정상화하는 등 폐와 호흡기, 심장의 기능도 개선됐죠.

조 대표는 “과도한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까지 파괴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인체의 능력을 저하시킨다”며 “iCP-NI는 사이토카인 방출량을 감소시켜 전반적인 면역체계를 보호함으로써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유지시킨다”고 설명합니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