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또 '장고 끝에 동문서답'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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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윤미향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잠수를 탔다. 그렇게 한 달 가까운 침묵 끝에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동문서답이었다.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위안부 운동의 의의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사태의 본질을 한참 비켜간 맥빠지는 답변이었다.
나라 안팎 이슈를 모두 삼켜버린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두고 대통령이 또 '장고 끝 동문서답'이라는 회피 신공을 시전했다. '대통령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침묵 끝에 어제(11월 30일) 내놓은 '말씀'은 기대 이하였다.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검사들의 행동을 질타하고 경고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국 검사의 98%를 '시대에 뒤쳐진 조직 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운 셈이다.검찰총장과 대부분의 검사들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부인한 조치"라며 통치권자를 향해 '국가란 무엇이고 정치는 무엇인가'라는 엄숙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지만 대통령은 '밥그릇 챙기기'라고 간단히 퉁치며 질문자체를 묵살하고 말았다. 취임선서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를 의무를 부여받은 대통령으로서 매무 부적절한 언행이다. 헌법 경시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로써 일산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법치훼손에 양심의 목소리를 낸 수많은 검사들을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지 않은 공직자'로 규정되고 말았다. 국민 다수가 정치인 출신 장관과 한줌에 불과한 동조 집단의 좌충우돌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국정최고 책임자가 그들을 격려해준 꼴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쳤다"던 한 검찰 고위간부의 퇴임의 변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가장 당황한 곳은 법원일 것이다.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적법성을 한창 심사하는 시각에 맞춘듯 나온 대통령 동문서답의 진의를 해독하느라 재판부는 골머리를 싸매야 했을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1일) 및 징계위원회 (2일) 절차에도 문대통령 발언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장고 끝에 동문서답'은 이제 문대통령의 핵심 캐릭터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재보선이 치르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유감' 비슷한 말조차 없다. '당에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는 후보를 안내겠다'는 당헌을 만든 당사자이자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기에 실망감은 증폭된다. 조국 사태때도 마찬가지였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과 분노가 들끓었지만 장기 침묵 끝에 대통령은 '대학 입시제도 전반 재검토'라는 엉뚱한 해법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들이야말로 선공후사를 내팽개친 조직이기주의 혐의가 물씬하지 않은가.
대통령의 '장고끝 동문서답'은 나라를 두 동강으로 몰고가는 '문파'에게 더없는 자양분이다.장고끝 동문서답은 대통령의 실력일까,의지일까.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나라 안팎 이슈를 모두 삼켜버린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두고 대통령이 또 '장고 끝 동문서답'이라는 회피 신공을 시전했다. '대통령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침묵 끝에 어제(11월 30일) 내놓은 '말씀'은 기대 이하였다.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검사들의 행동을 질타하고 경고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국 검사의 98%를 '시대에 뒤쳐진 조직 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운 셈이다.검찰총장과 대부분의 검사들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부인한 조치"라며 통치권자를 향해 '국가란 무엇이고 정치는 무엇인가'라는 엄숙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지만 대통령은 '밥그릇 챙기기'라고 간단히 퉁치며 질문자체를 묵살하고 말았다. 취임선서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를 의무를 부여받은 대통령으로서 매무 부적절한 언행이다. 헌법 경시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로써 일산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법치훼손에 양심의 목소리를 낸 수많은 검사들을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지 않은 공직자'로 규정되고 말았다. 국민 다수가 정치인 출신 장관과 한줌에 불과한 동조 집단의 좌충우돌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국정최고 책임자가 그들을 격려해준 꼴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쳤다"던 한 검찰 고위간부의 퇴임의 변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가장 당황한 곳은 법원일 것이다.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적법성을 한창 심사하는 시각에 맞춘듯 나온 대통령 동문서답의 진의를 해독하느라 재판부는 골머리를 싸매야 했을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1일) 및 징계위원회 (2일) 절차에도 문대통령 발언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장고 끝에 동문서답'은 이제 문대통령의 핵심 캐릭터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재보선이 치르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유감' 비슷한 말조차 없다. '당에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는 후보를 안내겠다'는 당헌을 만든 당사자이자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기에 실망감은 증폭된다. 조국 사태때도 마찬가지였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과 분노가 들끓었지만 장기 침묵 끝에 대통령은 '대학 입시제도 전반 재검토'라는 엉뚱한 해법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들이야말로 선공후사를 내팽개친 조직이기주의 혐의가 물씬하지 않은가.
대통령의 '장고끝 동문서답'은 나라를 두 동강으로 몰고가는 '문파'에게 더없는 자양분이다.장고끝 동문서답은 대통령의 실력일까,의지일까.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