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시대' 슬기로운 투자전략…"중국·亞신흥국 자산 담아라"

원·달러 환율 가파른 하락세
"달러가 더이상 안전자산 아냐"
올들어 급등한 金도 주춤할 듯

中 등에 글로벌 자금 대거 유입
ESG·IT업종 펀드·ETF 사둘만
Getty Images Bank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 가치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약(弱)달러 시대’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에 대비해 자산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중국과 신흥국, 장기 수혜 예상 업종 펀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달러=안전자산 공식 버려야”

지난달 27일 원·달러 환율은 1103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6월(1097원70전) 이후 2년5개월 만에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달 18일 종가 1103원80전보다 더 내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연일 급등하던 달러 가격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대형 은행의 주요 프라잇뱅커(PB)들은 당분간 달러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등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달러에 대해 환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는 당분간 피하는 것이 좋다”며 “달러 가치가 하락할 요소가 훨씬 많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도 달러와 함께 가격이 주춤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민은행의 한 PB는 “금 가격이 올해 많이 상승해 단기적으로 더 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금을 사고파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무리해서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추가 확산하거나 실물 경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고려해 소액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수익이 난 달러나 금 관련 자산이 있다면 일부 매각하고 단기적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게 좋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유로화도 달러 흐름과 맞물려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中·신흥국 자산 눈여겨볼 만”

약달러 시대를 대비해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을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조언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강남센터장은 “당분간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처를 꼽으라면 중국”이라며 “바이든의 당선이 중국에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약달러 기조로 중국 위안화와 신흥국 화폐 가치도 상대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북미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저평가된 기술 보유 기업이 많은 점 등도 아시아 국가에 긍정적인 요소라는 설명이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의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중장기 투자하는 방안을 살펴보라는 조언이 많았다. 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업종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업종 △정보기술(IT) 업종을 추천했다. 유병창 신한은행 태평로PWM 팀장은 “바이든 당선 이후 아시아권으로 글로벌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들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주, 은행주를 포함한 펀드와 ETF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