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찍어내려 '직권남용' 정황 곳곳에…칼끝 추미애 향하나

박은정 "추미애 지시로 상관에게 보고 안 해"
법조계 "사실상 직권남용 자백한 셈"
조남관 차장검사, 대검 감찰부 조사 지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가 감찰위원회와 법원 등에서 제동이 걸리자 추미애 장관이 추진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절차에 대한 위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를 위해 휘두른 칼날이 추미애 장관 본인에게 향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1일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 결정에 앞서 같은 날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이 부적정했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특히 법무부 감찰위원회 과정에서는 추미애 장관 측이 무리수를 두며 윤석열 총장을 조사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추미애 장관의 측근인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직속 상관·부하를 패싱하면서까지 감찰과 수사 의뢰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담당관는 감찰위 조사에서 직속 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을 패싱하고 감찰과 수사 의뢰를 주도한 이유에 대해 "보안 문제 때문에 추미애 장관의 지시에 따라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관련 절차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는 사실상 직권남용죄를 자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감찰위 조사에는 박 담당관 밑에 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도 참석했다. 이 검사는 앞서 검찰 내부망을 통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성립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최종 보고서에는 빠졌다고 폭로한 인물이다.이정화 검사는 이날 박은정 담당관의 지시를 받고 직권남용 방해죄 성립이 어렵다는 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박 담당관은 "삭제 지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기록 공개 요구는 거부했다.

또 법무부는 "10명 이상이 모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감찰위를 징계위 이후로 연기하려 했었다. 이 역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역시 추미애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1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감찰·수사를 위법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검 감찰부를 조사하라고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추미애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이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박현철)에 배당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1/뉴스1
사실상 추미애 장관을 겨냥한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장관 측근인 고기영 법무차관이 법원 결정 이후 사의를 표명한 것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기영 차관은 당초 오늘(2일) 열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법원과 감찰위 결정에도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징계위원장을 맡아 징계를 강행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징계위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징계위는 4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이건 제 주장이 아니라 어제 윤 총장 직무 복귀 결정한 법원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이번 추 장관의 행태가 얼마나 위법하고 부당한 것인지 준엄하게 성토하고 있다"며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가 법무부장관 자신의 재량이라는 추 장관에 대해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추 장관의 조치가 위법·부당하여 직권남용으로 사법처리가 필요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최근 법무부와 검찰의 추 장관 측 인사들이 줄지어 윤 총장 축출시도에 선을 긋는 것도 이런 법률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추 장관 권력남용의 공범이 되어 감옥 가느니 차라리 사표를 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