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달러 약세 장기화…주식 비중 늘리고, 채권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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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칼럼]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할 투자키워드는 5가지다. 첫째, ‘재정정책 주도의 시대’다. 재정정책이 전면에 나서서 성장을 이끌고, 통화정책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 것이다. 둘째, ‘달러 약세 장기화’다. 달러 가치는 향후 2~3년간 약 15~20% 가량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채권보다 주식’이다. 각국의 리플레이션 정책은 위험선호를 지속시킬 것이다. 넷째, ‘순환과 확산’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로 주도주의 순환과 확산이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자본주의’다. ‘주주 최우선 주의’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 전체를 존중하는 기업들만이 생존과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글로벌 실질 GDP 성장률은 -3.8%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1%)를 크게 하회할뿐더러, 2차 세계대전 종전 이듬해인 1946년의 -5.8% 이후 최악이다. 그러나 2021년엔 글로벌 경제가 5.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8%, 중국이 8.1% 그리고 한국도 3.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배분전략은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 채권은 ‘비중 축소’, 현금은 중립 의견을 제시한다. 각국의 리플레이션 정책기조 지속이 가장 핵심 근거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은 공격적 통화완화정책을 계속할 것이며, 재정당국은 추가 부양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주식의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가치주가 밸류에이션 바닥을 벗어날 것이다. 성장주는 고평가 논란이 있겠지만 구조적 매력이 장기 상승 추세를 지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가치주와 성장주의 중립적 포트폴리오를 권고한다. 이는 가치주 회복이 추세가 아닌 기술적 수준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별로 여전히 미국과 중국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보유해야할 G2(미국·중국)의 대표 기업을 살펴보자. 먼저 미국의 경우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퀄컴, 펠로톤 등이다. 아마존은 2021년에도 지속될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성장의 수혜가 기대된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등 패밀리앱들의 수익화가 관심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기술 개발 강화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 확대를 기대한다. 퀄컴은 5G 스마트폰 시장 확대 수혜를 예상한다. 펠로톤은 홈 피트니스 관련 하드웨어, 콘텐츠, 진출 국가 증가 등 지속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중국의 유망 기업들의 투자 포인트를 보면 징동닷컴은 중국 이커머스 강자의 입지 강화 및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회사 상장 모멘텀 등이 강점이다. 중국중면은 2021년 중국 정부 내수소비 확대정책과 맞물린 기업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돋보인다. 오량액은 최근 백주의 소비확대 및 경쟁사의 장기적 공급부족 현상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알리건강은 정부의 ‘인터넷+헬스케어’ 산업 장려 정책에 발맞춘 사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입신정밀은 아이폰 생산시설을 보유한 자회사 인수로 외형 성장 확대가 예상된다. 니오는 중국 내 SUV 선호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SUV 시장의 안정된 입지를 구축 중이다. KE Holdings는 부동산 플랫폼계의 알리바바로 중국 부동산 시장 변화의 선구자라는 점에서 주의 깊게 볼 것을 제안한다.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투자는 내년에도 운신의 폭이 제한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가 느리게 나타날 수 있어 명목금리 상승압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는 암묵적 수익률곡선 통제로 낮은 실질금리상태를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흥국 국채 또는 단기채와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가 선별적 대안이다.
팬데믹 완화에 따른 교역 및 제조업 정상화, 그리고 각국의 경기부양책 추가 시행은 상품 중 원자재 가격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는 원자재를 덜 쓰는 산업구조로 변했다. 따라서 원유에 대해서는 중립의견이다. 한편, 전반적 위험선호 모드는 금 시세에는 부정적이나 억압적 금융환경이 가격을 지지할 전망이어서 역시 중립으로 판단한다.내년 최대 불확실성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미국과 중국은 향후 세계 패권을 두고 존망을 건 전쟁을 수행 중이다. 문제는 미국 정치권의 대(對)중국 정책이 강경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중의 전략적 갈등의 최전선이자, 세계의 공장인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은 단기 충격요인이 되기보다, 장기적/구조적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