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장기 호황 돌아올까…SK하이닉스 사상 최고가 돌파

SK하이닉스 주가가 2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1위 기업인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

파운드리, 스마트폰, 가전 사업을 하는 전자 기업인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도체 랠리가 시작됐던 2016년 5월부터 이날까지 325%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180% 올랐다.

◆실적 대비 저평가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2일 8.46% 오른 1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틀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한 외국계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국내 반도체는 올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내년 메모리 시황이 살아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한 SK하이닉스를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수익비율(PER)은 더 낮아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SK하이닉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추정치는 75%로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내년 PER 추정치는 11.3배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20.1배다.

◆마이크론, 1분기 전망치 상향조정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장기 호황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지난 상반기까지만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예상과 달리 좋았다.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서버 업체들이 데이터센터를 확충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고객사들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제품을 사들였다. 그러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 D램 가격이 급락했다. 상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를 잔뜩 쌓아놓은 고객사들이 주문을 미루며 가격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서버 업체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해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최근 메모리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각종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D램익스체인지는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10월말과 같다고 발표했다. D램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면서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기존에 발표했던 수치보다 상향 조정했다. 내년 1분기 매출 전망은 50억~54억 달러에서 57억~57억5000만 달러로 올렸다. 주당순이익은 0.32~0.45달러에서 0.61~0.65달러로 조정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2000년 이후 20년만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D램 사이클 선행하는 주가

증권사들은 D램 가격이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수요 회복이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지속되면서 PC 판매량이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화웨이 제재 반사효과를 누리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 비보, 샤오미가 반도체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큰 손'인 서버 업체들도 내년 초에는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BAT) 등 서버 업체들이 쌓아놓은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만큼 이들 기업도 서버용 D램 구매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내년 상반기 D램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내후년까지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차세대 D램 제조규격 DDR5 D램 양산이 본격화하면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고,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초미세공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대당 가격이 1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게 되면서 다른 설비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반면 모바일, PC, 서버용 등 모든 고객사의 수요는 회복될 전망이다. 인텔의 신규 CPU 출시, 5G 스마트폰 대중화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은 2021년 약 9조원, 2022년 24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과거 최고점을 돌파한 후 짧게는 14개월, 길게는 21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재연/설지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