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샤넬 잡은 'K뷰티 원료', FDA 승인으로 일본 앞질러

[넥스트K 40회] 화장품 원료기업 '선진뷰티사이언스'

▽올해 3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확정
▽로레알과 15년 이상 거래…DSM 매출도 증가세
▽"무기계 선크림 확대 전망"
■ 넥스트K ■ 차세대 한류 주역을 꿈꾸는 이들을 찾아나섭니다. 케이(K)팝, K뷰티, K푸드 등을 잇는 새 K열풍을 위해 오늘도 많은 기업과 젊은 스타트업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넥스트K]에서 한류의 새 주역을 미리 만나보세요 _ 한경닷컴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자외선 차단제 등 화장품 원료를 샤넬 로레알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 = 선진뷰티사이언스)
#.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2015년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에게 위기의식이 찾아왔다. 치열한 화장품 원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공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공장 설계에만 3년이 걸렸고,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장항공장에 대해 FDA로부터 안전품질관리기준 승인을 받았다.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는 3일 한경닷컴과 만나 "랑콤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에 팔 것과 중국에 팔 제품을 각각 따로 만들지 않는다"며 "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 글로벌 화장품 회사에 납품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자외선 차단제 등 화장품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샤넬 메이크업 제품을 비롯해 비오템 라프레리 에스티로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로레알과는 거래한 지 15년이 됐다.

이 대표는 "우리는 한 번에 무결점 통과(NAI)를 받았지만,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시정계획 제출이 필요한 수입통관경고(OAI)나 자발적 개선조치(VAI)를 받았다"며 "일본 무기계 자외선 차단 1위 업체도 NAI를 받은 이후 세 차례나 VAI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선진뷰티사이언스가 FDA 승인을 따낸 사이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밀려났다. 일본 무기계 자외선 차단 2위 업체는 2017년 미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FDA 승인을 받는 게 어려운 이유는 미국에선 선크림이 피부암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약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FDA는 해당 공장이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고, 교차 오염을 없앴는 지를 실사를 통해 꼼꼼히 살핀다.

FDA 승인을 받은 후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선방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357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474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거뒀다.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가 자외선 차단제 원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올해 3000만불 수출의 탑…"중국 탑10 회사와 모두 거래"

이는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수출 비중은 75%나 된다. 2017년 2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은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올해 3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을 확정했다. 그간 해외 26개국에 대리점을 두고, 전시회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고객사를 확보한 결과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네덜란드 다국적기업 DSM과 지난 2012년부터 거래를 진행,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자외선 차단제도 공급하고 있다.그는 "DSM은 해외 전시회를 할 때 신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직원이 우리에게 찾아오면서 계약을 맺게 됐다"며 "이번에 FDA 공장을 짓는 과정에도 DSM이 조언도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DSM을 상대로 한 판매액은 2018년 9억5000만원, 지난해 8억90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9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선진뷰티사이언스가 화장품 브랜드와는 달리 실적 부침이 덜했던 이유는 원료 특성상 장기 계약을 맺는 구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2~3년간 쌓였던 계약이 지금 확대되면서 매출이 늘었고, 기존 계약이 2년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 편"이라며 "중국의 경우엔 자외선 차단 화장품 탑10 회사들과 모두 거래하는 만큼, 국내 경쟁사보다 해외 인지도는 압도적으로 높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해외 전시회에서 DSM을 만났으며, 8년 이상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 선진뷰티사이언스)

'세계 최초 및 유일' 기술 보유…"기술 융복합으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

세계 최초이자 단독 보유 중인 기술이 있는 것도 강점이다. 회사는 유기계 자외선 차단 소재 폴리머 캡슐(Hybrid AB)을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양산하며, 전세계에서 단독 생산하고 있다. 올해 유기계 자외선 차단 소재 실리카 캡슐(SUNSIL-S)도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하면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2018년에는 스킨케어 소재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무기 판상 유화제(EcoDropGel, MLB)를 실리콘을 이용하지 않는 워터드롭 제형화 소재로 개발했다. 같은 해엔 세라마이드 재형화 소재(Ceraplex) 부문에서 헥토라이트를 기반으로 한 세라마이드 처방 기술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융복합 기술을 통해 트렌드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아사히 글라스는 실리카 1개 원료만 갖고 있지만, 우리는 3개를 보유하고 있어 융복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하이브리드AB는 캡슐화 기술로, 현재 비오템 자외선 차단제에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원료 사업은 패션시장과 비슷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유행에 빠르게 대응해야 다른 기업보다 앞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고객사 2~3군데에서 비슷한 요청이 들어오면 '이게 트렌드구나'하고 캐치하게 된다"며 "트렌드를 파악하기엔 우리나라 K뷰티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이어 "화장품 원료 분야는 엄청나게 분산돼 있어 티끌모아 태산을 만드는 비즈니스"라며 "방부제를 제외하는 트렌드, 논나노(Non-Nano)인데 사용감이 좋은 제형을 소개하는 등 이런 걸 빨리 소개하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가 자사 브랜드 아이레시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해외서 탑5 자외선 차단제 원료기업 '목표'…내년 필터 매출도 발생

회사는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자외선 차단제 원료기업 상위 5위권 내 진입하는 게 목표다. 그는 "단순히 많은 고객사에 원료를 납품하기보다는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는 회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아이레시피라는 개별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자사 브랜드를 중국 인도를 겨냥한 솔루션 영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브랜드 제품의 절반은 고객사에게 원료 판촉용으로 제공해 재고문제가 없다"며 "세라마이드와 소비자가 원하는 화장품을 섞어 쓸 수 있는 선쿠션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인 자외선 차단제 시장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이미 2001년 무기계 선크림 원료를 개발했다. 이성호 대표는 "자외선 차단제는 사계절 제품으로, 무기계가 22%를 차지하는 데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K뷰티가 전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만큼, 발빠르게 대응해나가겠다"고 자신했다. 또 화장품 원료 외에 추가 매출처도 확보했다. 내년부터 회사의 산업용 마이크로비드 제품이 친환경 내연기관 배기가스 필터용 소재로 적용된다. 이는 디젤이 제대로 연소하지 않아 생기는 탄화수소 찌꺼기 등 유해물질을 모아 필터로 걸러낸 뒤, 550도 고온으로 다시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배기 가스 저감 장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