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법무차관 인선 속도전…尹 징계절차 정당성 염두

秋, 어제 '차관 인사' 요청한 듯…'졸속 검증' 비판 부담도
징계위 개최 길 터주고 비검찰 인사로 檢개혁 의지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 차관 공석 상태를 신속히 해결함으로써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절차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고기영 차관이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이다.

검사징계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차관 인선을 조기에 마무리한 것은 징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비(非)검찰 출신 발탁은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다만 이 내정자에 대한 '졸속 검증' 비판과 향후 예상되는 윤 총장 및 검찰 조직의 반발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 이례적 이틀만의 인선…靑 "적임자 있으면 오래 끌 필요 없다"
문 대통령이 고 차관의 사의 표명 이틀 만에 후임자를 내정한 것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요직인 차관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을 차례로 독대해 신속한 차관 인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윤 총장 징계 절차를 마냥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를 놓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서두르기 위해 제대로 된 검증을 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 내정자는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있던 지난 3월 재산공개 당시 강남 지역 아파트 두 채를 신고해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없게 하겠다는 최근의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청와대는 이 내정자로부터 한 채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졸속 검증' 지적에 대해 "법무실장 등으로 재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적임자가 있다면 오래 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비검찰 출신 발탁으로 개혁 의지 다잡을 듯
청와대는 이번 차관 인사를 발표하면서 "검찰개혁 등 법무부의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표출된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고, 추 장관과 함께 비검찰 출신 차관을 구심점으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 내정자는 판사 출신이다.

이 내정자는 법무실장으로 재직할 때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에 주력한 바 있다.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철회를 요청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검찰 출신이 차관을 맡게 되면 조직 논리에 따라 결국은 검찰에 순치돼 개혁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 靑 "투명한 징계위 개최에만 집중"…검찰·尹 반발 대응 주목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4일 예정된 징계위가 공정하고, 투명하고, 정당하게 개최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의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징계위의 당연직 위원인 차관이 내정됨으로써 차관 공석에 따른 징계위 불발 가능성은 사라졌다.

청와대는 징계위가 열려 결과가 나오면 문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상태다.

검사징계법 제32조는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징계위가 징계 수준을 결정하면 대통령이 그 집행을 거부하거나 징계 수위를 가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임이나 면직이 결정됐을 때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물론 윤 총장이 징계 무효를 구하는 소송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변수다.이 경우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징계를 비롯해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을 두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