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먹거리를 독점하고 어떻게 망치는가

먹거리운동가 위노나 하우터의 책 '푸도폴리'

먼저 '푸도폴리'라는 책 제목이 낯설게 다가온다. 무슨 뜻일까?
푸도폴리는 '식량'을 뜻하는 푸드(food)와 '독점'을 의미하는 모노폴리(monopoly)의 합성어란다.

즉 '먹거리 독점'을 말한다.

소수의 기업이 종자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체계 전체를 쥐락펴락 통제하는 현상이다. 저자 위노나 하우터는 미국에서 존경받는 먹거리운동가 중 한 명이다.

현재 유기농 가족농장을 운영하며 로컬푸드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운동만으로 먹거리 위기와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진짜 원인은 뭘까?
그녀는 농민이 건강한 농산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고, 식품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소수 대기업에 의한 먹거리 생산 통제, 즉 '푸도폴리'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정치권력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푸도폴리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저서 '푸도폴리'는 농업적 먹거리의 역사와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하우터는 "대부분 소비자(먹거리를 먹는 사람들)는 먹거리를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하지만 대기업은 우리의 부엌과 위장을 이윤 창출원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가 먹는 곡물, 고기, 야채, 우유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업 정책이 로비스트들에게 어떻게 강탈당해 왔는지, 카길·타이슨·크래프트·콘아그라 같은 대기업을 지지하면서 독립적인 농민과 식품가공업체를 몰아내는 데 어떻게 이용돼 왔는지 폭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농업과 먹거리의 위기를 해결키 위해서는 완전한 구조적 변화, 즉 개인적 선택뿐 아니라 정치적 변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푸도폴리 현상이 단순히 미국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왔음도 체감하게 된다.

경쟁과 자유시장에 관한 말만 무성할 뿐 미국 공공정책은 소수 기업으로 이뤄진 도당이 먹거리 체계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도록 돕는데 맞춰져 있다.

현재 20개 식품 기업이 미국인이 먹는 식량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유기농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월마트를 비롯한 4개 대형 체인이 전체 식료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

한 회사가 유기농 식품 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한 유통 회사가 유기농 식품의 전국 배급을 장악하고 있다.

조금 지난 통계이지만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화해 있지 않을까 싶다.

2010년 현재 카길, 타이슨 푸드, JBS, 내셔널 비프는 미국 육우의 80%를 생산했다.

이들 업체를 비롯한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비율은 1992년 30%에서 2007년 65%로 대폭 늘어났다.

육계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0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5대 가금류 생산업체였던 타이슨 푸드, JBS/필그림스 프라이드, 샌더슨 팜, 콕 푸즈가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계의 70%를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수직 통합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통적 개별화 방식과 달리 지금은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타이슨 푸드가 공장식 비육장에서 소를 기르고, 자체 도살장에서 도살·정육한 뒤 맥도날드에 공급하는 식이다.

이런 수직 통합화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업체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요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농산업-금융자본-정치권력의 동맹이란다.

이들은 소농을 없애고 기업농 중심의 독점 체제로 농업을 바꾸기 위해 돈을 만들고 법을 바꿨다.

식량 독점체제라는 의미의 합성어 '푸도폴리'를 저자가 창안해낸 이유다.

그렇다면 유기농 식품 분야는 사정이 좀 다를까? 차가운 현실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통제하는 먹거리 체계의 대안으로 인기를 얻은 유기농 식품마저 이제는 초대형 식품 회사들의 통제를 받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20대 식품 가공업체 중 14개가 유기농 브랜드를 매입하거나 자체 유기농 브랜드를 출시했다.

저자는 "로컬푸드운동이 먹거리 위기와 생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다.

좋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운동만으로는 푸도폴리를 해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농업과 먹거리의 위기를 해결키 위해 완전한 구조적 변화, 즉 개인적 선택뿐 아니라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푸도폴리가 이미 농산업-금융-정치 권력의 동맹체가 됐으므로 이에 맞서는 운동 또한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치학자 채효정 씨는 책의 말미에 붙인 '해제'의 글에서 "독점은 곧 독재다"며 이렇게 설파한다.

악의 구조만 말하고, 악행의 주체를 묻지 않는 운동은 구조도 개선할 수 없다는 일갈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19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KFC 치킨 한 통에서 사육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25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육가공기업과 KFC가 가져간다.

다른 가공 먹거리들도 비슷할 것이다.

계약농에서 농민은 계약과 동시에 모든 자율성을 잃는다.

푸도폴리의 하청업체, 하청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농촌과 농민의 몰락은 식품 소비자들의 안전과 곧바로 직결된다.

"
"푸도폴리를 해체하는 것, 농업을 농산에서 탈환해 회복하는 것, 그리고 자본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이 시대의 답이다.

먹거리는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가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자본을 견제하려는 반독점법과 노동법이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 "
박준식·이창우 옮김. 빨간소금. 492쪽. 2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