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절차적 정당성 강조하자 '尹 징계위' 10일로 재연기[종합]

청와대 입장 발표 한 시간 만에 연기 결정
법무부 "윤석열 측 방어권 보장 차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보낸 응원 꽃다발이 가득하다.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측의 연기 요청에도 내일(4일) 징계위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던 법무부가 갑자기 징계위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3일 법무부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오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징계위는 지난 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미 한차례 연기된 상황이다. 법무부는 공지를 통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로 심의기일을 연기한다"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충실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한 시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 징계위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이번 문 대통령 입장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내일(4일)로 예정된 징계위를 연기하라는 지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절차적 흠결을 남기지 말라는 의미"라며 징계위 연기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입장 발표 한 시간만에 법무부가 징계위 연기를 결정하면서 양측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상훈(문 대통령 오른쪽) 주스페인대사 등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추미애 사단'까지 줄사표를 내고 있는 상황에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제대로 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법원은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추미애 장관 측은)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권한이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청에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미애 장관의 행위가 직권남용 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윤석열 총장을 공격하던 추미애 장관은 오히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1일 윤 총장 관련 감찰·수사를 위법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검 감찰부를 조사하라고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관 차장검사는 추미애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추미애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이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박현철)에 배당됐다.

전날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표에 이어 소위 검찰 내 '추미애 사단'은 윤석열 징계 사태에서 손을 떼려는 모습이다. 이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 징계여부를 다룰 '징계위원회' 소집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징계위원 7명 중 2명이 검사인데)어떤 검사가 참석비 30만원에 인생을 걸겠는가"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