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설득에 필요한건 언변 아닌 '촉매'

캐털리스트

조나 버거 지음
김원호 옮김 / 문학동네
380쪽│1만8000원
직원은 상사의 마음을, 리더는 조직을, 마케터는 소비자의 마음을,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스타트업은 업계를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웬만한 설득으론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 행동심리 전문가인 조나 버거는 20년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행동 변화를 위한 혁신적 접근법을 꺼내 들었다. 《캐털리스트》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적용된 변화를 촉진하는 버거의 다섯 가지 비책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누구나 합리적 데이터를 제시해 상대를 납득시키면 생각과 행동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화학의 ‘촉매’작용처럼 적은 에너지를 이용해 더 확실하고 빠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촉매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타인의 설득에 저항한다는 ‘리액턴스 효과’, 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고수한다는 ‘소유 효과’, 수용 범위 밖 정보를 거부하는 ‘거리감’, 불확실한 상황을 접할 때 일시 정지하는 ‘불확실성’, 더 많은 증거를 원하는 ‘보강 증거’ 등 변화를 가로막는 다섯 가지 심리적 장벽을 없앰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나이키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와 마케팅 분야 슈퍼스타, 정상급 경영 리더들을 만나 들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심리적 장벽을 찾는 근본적 방법, 그것을 없애주는 법을 짚어낸다.예를 들어 공유 경제를 대표하는 차량공유 시스템 기업 우버는 사업 초반 낯선 사람의 차를 탄다는 ‘거리감’이란 장벽과 마주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먼저 대중이 아니라 고급 차량 호출 서비스라는 작은 분야부터 진출한다. 고급 포지셔닝에 성공한 우버는 이를 바탕으로 대중용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출시하며 서비스 범위를 넓혀갔다. 디딤돌을 놓듯 천천히 자기네 시스템으로 소비자를 이끈 것이다. 저자는 “다섯 가지 장벽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뛰어난 언변, 특출난 전문지식, 사람을 휘어잡을 카리스마는 필요 없다”며 “캐털리스트(촉매)를 파악함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마케팅이나 조직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