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안한 자세로 눕는 라운지 체어…가장 '이탈리아스러운' Cassina

브랜드 스토리
LC4 셰즈 롱
얼마 전 나의 드림하우스에 꼭 두고 싶은 가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위시리스트에 순위를 매기다 보니 최상위권에 가구가 하나 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울 수 있을뿐더러 디자인이 대체불가한 ‘LC4 셰즈 롱(Chaise Longue)’이라는 라운지 체어다.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르코르뷔지에가 사촌인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과 함께 1928년에 디자인했고, 현재는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카시나에서 생산한다. 시트와 받침이 분리되는 디자인으로 시트의 각도를 조절해 앉는 것부터 눕는 것까지 가능하고 받침을 빼면 흔들의자가 된다.

카시나는 이탈리아 브리안차 지역에서 목공 기술로 명성 높은 집안의 체사레·움베르토 형제가 1927년 설립했다. 목수 집안의 피를 물려받아 현재까지도 목재 기술만큼은 최고를 자부한다. 전통 수공예 기술을 버리지 않고, 기계를 이용해 목재를 가공하더라도 이후 접착, 샌딩, 조립 등은 숙련된 장인들이 직접 까다롭게 감독한다.이 회사가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선박주들이 배를 새로 정비하면서부터다. 이탈리아 건축가 조 폰티 소개로 선박 58척의 인테리어와 가구 작업을 하며 선박시장에 이름을 알렸는데, 이를 계기로 제조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디자이너와 장인들의 협업으로 이탈리아 디자인의 현대화를 이끌어냈고 이탈리안 스타일을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결과물이 바로 조 폰티가 1957년에 디자인한 초경량 의자 슈퍼레게라(Superleggera)다. 손가락 하나로 가뿐하게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지금도 한 해에 몇천 개씩 판매된다.

거장의 마스터피스를 리에디션한 이 마이스트리(I Maestri) 컬렉션은 명성을 더해주었다. 1964년 르코르뷔지에의 LC 시리즈를 시작으로 1968년에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몇 점을 리프로덕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고, 2004년 샤를로트 페리앙에 이르기까지 거장 10인의 디자인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카시나는 단순히 제품을 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리지널 디자인을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보완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또 다른 인기 컬렉션인 이 콘템포라네이(I Contemporanei)는 조 폰티를 비롯해 필립 스탁, 하이메 아욘, 콘스탄틴 그리치치 등 현대에 가장 각광받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혁신 디자인과 ‘아르티장(artisan)’에 가까운 장인의 예술성, 첨단 기술력이 더해져 세계 가구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코닉한 제품들로 평가받는다.

2005년 폴트로나 프라우 그룹에 합병된 카시나의 현재 아트 디렉터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다. 작은 가구 공방이었던 카시나는 이제 글로벌 그룹의 일원이 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가구 브랜드로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구선숙 < 월간《행복이 가득한 집》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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