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고집' 꺾은 민주당…美 부양책 연내 타결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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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에 경기지표 악화미국 민주당이 ‘코로나 부양책’ 요구액을 2조2000억달러에서 9000억달러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다시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초대형 부양책에 대한 고집을 꺾고 ‘반토막 부양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9000억달러 부양책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5차 코로나 부양책이 연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다.
9000억달러로 낮춰 공화에 제안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전날 민주·공화 양당 의원 일부가 초당적으로 제안한 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지지하고 나섰다.바이든 당선인도 이날 소상공인·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000억달러 부양책에 대해 “정답은 아니지만 취임 후 더 포괄적인 부양책을 내놓기 전의 착수금 성격”이라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그동안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요구해왔다. 반면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5000억달러의 ‘미니 부양책’을 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선 전 민주당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끝내 협상이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엔 부양책 협상에서 거의 손을 놨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민주당이 합리적으로 바뀌었다”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초당적으로 나온 9000억달러 부양책에 반대 뜻을 밝혔지만,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수정안에는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초대형 부양책을 요구해온 민주당이 9000억달러 부양책 지지로 돌아선 건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공화당과의 협상 타결을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인 오는 11일까지 5차 부양책도 함께 처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베이지북(경기동향 보고서)에서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중 네 곳이 거의 또는 전혀 (경제) 성장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8개 연준 중 네 곳도 지난달 경제활동이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조사업체 ADP가 이날 공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부문 고용은 30만7000명으로 시장 예상치 47만50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스티븐 므누슨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의회에 조속한 경기 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무사히 겨울을 헤쳐나가기 위한 추가 부양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