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아이폰과 빼닮은 전기차…내년 주도주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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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기술 사이클 분석내년에도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시장의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술 대중화 사이클’과 관련 산업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대중화 초입기가 수익률 최고"
메리츠증권은 3일 과거 스마트폰 시장 침투율(전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침투율은 0%에서 100%까지 높아지는데, 이 기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의 성장률이 정점을 찍는 시기는 침투율이 50%에 도달했을 때다. 주가도 이때 정점을 찍을 확률이 높았다.구간마다 주가 상승 폭은 달라졌다. 성과가 가장 좋은 구간은 0~10%, 기술 대중화 직전 단계였다. 경쟁 기업이 많지만 산업이 성장하는 속도가 더 빠른 시기다. 관련 산업에 뛰어든 기업은 순위와 상관없이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스마트폰의 경우 침투율 0~10% 구간에서 애플뿐만 아니라 노키아, 블랙베리, HTC 등의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 국면에서 투자 전략은 특정 기업보다 해당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누가 산업을 주도할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투율이 10~20%가 되는 구간에는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기술을 주도하는 진영이 생기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5~6개 운영체제(OS)가 난립하다가 2008년부터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 나머지 기업과의 주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침투율이 20%를 넘어가면 1등 기업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서 1등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하위권 기업은 순서대로 사업 경쟁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침투율이 20%를 넘어선 2010년부터 애플과 삼성전자 주가는 약 10년간 우상향했다. 반면 블랙베리 등의 주가는 2010년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은 4% 전후다. 성장이 정점에 달하는 시점(침투율 50%)은 2031년으로 예상된다. 침투율이 10%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3년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사례로 비춰봤을 때 0~10% 구간에서는 전기차 산업 전반적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이 팀장은 “올해보다 내년, 후년에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