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선 뚫은 코스닥…"코스피兄, 이젠 내가 달릴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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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8개월 만에 900선 돌파코스닥지수가 2년8개월 만에 900선에 올라섰다. 외국인들이 상승세를 이끄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연말까지 ‘대주주 양도세’ 악재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코스닥지수가 1000선에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제약이 주역
백신 기대로 바이오주 급등세
시총 1, 2위가 주도
3일 코스닥지수는 0.92% 오른 907.6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900을 돌파한 것은 2018년 4월 17일(901.22) 이후 약 32개월 만이다. 지난 9월 장중 905까지 올랐지만 900 문턱을 넘지 못하고 899.46에서 주저앉았다.지수 상승은 개미들이 이끌었다. 2000억원어치가량을 사들였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외국인들은 일부 매물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두 형제가 900 탈환을 주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이날 각각 4.22%와 15.61% 올랐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연내 조건부 허가 승인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서 연일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셀트리온 제품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셀트리온제약은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1주일 새 70% 넘게 폭등했다. 해외 판매 담당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최근 7거래일간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총 20조원을 넘어섰다.
극명하게 갈린 매수 전략
900을 넘었던 2018년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을 이끄는 것은 여전히 바이오 기업들이다. 당시에도 코스닥 시총 1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19조9136억원)였다. 이어 신라젠,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CJ ENM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하지만 현재 2~4위는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씨젠, 알테오젠 순이다. 연초 674.02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3월 코로나19 사태로 428.35(3월 19일)까지 추락했다. 이후 제약·바이오주가 급등하며 V자 반등을 주도했다.
가파르게 오른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눈앞에 두고 지지부진하자 개미들과 외국인의 투자 전략은 극명히 갈렸다. 개인은 11월 이후 KPX생명과학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화이자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한 종류인 DNA 백신 개발에 나선 제넥신에도 개미들이 몰렸다. 고바이오랩, 박셀바이오, 제일전기공업 등도 최근 개인들이 선호한 종목으로 분류된다. 반면 외국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을 집중 매수했다. 이어 JYP엔터테인먼트, 메드팩토,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 실적 기저효과 기대 높아”
전문가들은 연말 대주주 양도세 공포가 사라졌지만 이달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매물 부담은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올해 개인 거래 비중이 89%에 달하는 데다 배당 매력도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말 하락폭이 큰 만큼 연초 코스닥시장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밝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2021년 실적이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개선되는 데다 유가증권시장 우량 대형주에 몰려 있는 관심이 코스닥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4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증권시장보다 뛰어난 실적 효과와 함께 바이오, 디지털·그린 수혜주가 집중돼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1000포인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