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항공사 통합, MRO산업 발전 기회다

"경쟁력 강화 위해 운항사업 집중
비주력 사업은 아웃소싱 전환
軍과 함께 MRO산업 키워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
항공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는 항공기의 안전성과 최적 운항을 지원하기 위한 정비를 뜻하는 제조 관련 서비스 분야다.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비서비스 능력을 갖춰야 하고, 운항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MRO산업의 육성이 선결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논쟁이 뜨겁다.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포기로 불발됐던 아시아나 문제가 대한항공의 인수 의사로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관심은 경영권 분쟁과 정부 정책지원의 적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하지만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의 관심은 다소 낮아 보인다. 합병 시 대한항공은 매출 20조원, 글로벌 10위권의 여객과 3위권의 화물 수송량을 자랑하는 등 대형화에 의한 규모의 경제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지배력 향상이 예상된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의한 매출 및 이익률 감소 등 재무적 위기를 정부지원을 통해 무사히 넘길 경우 메가 항공운항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국내 운항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운항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먼저, 대한항공은 핵심 사업인 ‘운항’사업에 주력하는 게 필수조건이다. 대한항공의 사업구조는 운항 및 관련 서비스업, 항공기부품 제조사업(약 7000억원), MRO 사업 등 후진적 구조로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모든 글로벌 운항기업은 1970년대 이후 제조사업에서 철수했으며, 2000년 이후 중정비사업 분야는 인력 효율화와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대한항공도 비주력사업인 항공기부품 제조사업 부문의 매각과 고비용 중정비 부문(아시아나 통합 시 약 1조5000억원)의 아웃소싱은 필수조건인 셈이다.

둘째, MRO산업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 운항산업의 안정적 성장 담보를 위해 MRO산업의 발전은 필수적이다.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높다. 기체 중정비는 전체 비용의 60%가 인건비다. 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의 인건비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정부는 이 점을 중시해 2018년 정부 투자를 통해 한국항공정비서비스(KAEMS)를 설립하는 등 육성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무관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는 중정비의 50% 이상을 해외 기업에 의존해 왔으며, 대한항공은 MRO 사업 대부분을 내부화해 고비용에 의한 수익성 저하 및 운항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통합에 따른 240여 대 항공기의 중정비 MRO 사업의 아웃소싱을 통해 운항원가 경쟁력 확보와 국내 MRO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 확보, 국내 운항기업에 대한 정비 신속성과 편의성 증대에 의한 경쟁력 향상, 높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셋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방부문의 MRO 민간위탁 확대 추진을 통해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군 등은 1500여 대의 군용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MRO 중정비의 상당부분을 내부화 또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방부문의 국내 아웃소싱 확대를 통해 민·군 사이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국가 차원의 자원 효율성 극대화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 글로벌 MRO산업의 진입 유도 등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MRO시장에서 글로벌 2위의 강자인 싱가포르 STa는 민·군 시너지 창출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을 계기로 MRO산업의 수출산업화 및 글로벌화를 위한 전략적 육성 방안 수립과 이를 위한 정부의 산업정책적 관점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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