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마이크론 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오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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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4일 아침 발표될 미 노동부의 11월 고용 상황도 별로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 중앙은행(Fed)도 이날 내놓은 베이지북에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용 증가가 보고됐지만 대부분 속도는 둔화했으며, 회복은 불완전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나 중국산 수입품 절반가량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처를 즉각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증시엔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바이든은 "중국과 협상에 사용할 지렛대가 없다. 내가 가진 옵션들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설명했습니다.모건스탠리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나 합의의 상당 부분은 초당적 지지를 받았던 만큼 2021년에는 기존의 대중국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하락 출발한 뉴욕 증시는 장 막판 상승 반전했습니다. 다우는 0.20%, S&P 500지수는 0.18%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0.05%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S&P 500지수 종가는 이날도 사상 최고치였습니다.
다시 살아난 경기 부양책 논의가 시장 상승세를 부추긴 겁니다. 백신 뉴스의 약발이 떨어지고, 대선 효과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부양책 논의는 다시 시장에 상승 동력을 전해주고 있습니다.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초당파 의원들 제안을 기초로 신속히 부양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우선 (공화당과 합의될 수 있는) 부양책을 통과시키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추가 부양책을 다시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 번에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고집하던 입장에서 물러선 겁니다. 전날 상원의 양당 일부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9000억 달러 규모의 새 부양책을 제안했습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민주당 리더들이 처음으로 선의로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해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월가에선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만큼 매코널 대표도 기존 5000억 달러 규모 부양책을 계속 고수하진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양책 논의가 진전되면서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 한 때 연 0.964%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달 9일 화이자가 처음 백신의 예방율이 90%를 넘었다고 발표했을 때 수준까지 올라간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중앙은행(Fed)이 국채 장기물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국채 금리가 눌려있는 것일 뿐, 그렇지 않다면 벌써 1%를 넘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반적으로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나스닥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강세를 보인 기술주들이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주입니다. D램 회사인 마이크론의 경우 전날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가에 등극했고, 이날도 3%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주당 69.11달러로 마감했으며 지난 한 달간 35% 올랐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90달러까지 치솟았던 마이크론이 20년 만에 다시 7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선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를 예상하려면 마이크론 주가를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론에 비교해 주가가 싸 보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뜻입니다. 실제 하이닉스도 전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D램 기업들의 주가는 엔비디아, AMD 등 올들어 몇 배씩 급등한 다른 반도체주와 비교하면 아직 오른 것도 아닙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만 봐도 지난 3월 말 저점부터 따져 두 배 넘게 오른 상태입니다. D램 주식들은 지난 7월 이후 D램 값이 흔들리면서 조정을 받는 바람에 상승률이 뒤처졌지요.반도체주 상승엔 물론 내년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에 5G 수요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업계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에버코어ISI의 C.J. 무스에 따르면 2021년 반도체업계 매출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지속적 성장, 5G 시장 확대, 그리고 자동차 등 산업생산의 회복을 그 배경으로 꼽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속화된 디지털화가 반도체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관측합니다.
반면 업계를 위협하던 대중국 금수 조치 확대 가능성은 바이든 정부 등장으로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미 의회는 중국의 반도체굴기에 대응해 반도체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은 미국내 반도체 제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무스 애널리스트는 법이 통과되면 미국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터리얼스, KLA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상승 요인을 추가로 꼽는다면 인수합병(M&A)입니다.
월가에선 내년에 M&A가 대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침체 탓입니다. 경기가 'K'자로 반등하면서 인터넷 기업,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소형기업, 전통기업들은 극심한 재정난을 겪으며 파산에 이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수혜를 누려온 기업들이 값이 싸진 이런 기업들을 인수할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 겁니다.
반도체 업계에선 벌써 M&A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아날로그디바이스는 100% 주식교환 방식으로 경쟁사 맥심을 인수하기로 했고, 이어 엔디비아는 ARM을 사기로 했습니다. 또 AMD는 자일링스를, 마벨은 인피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시장을 흔든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도 반도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을 노린 것이거든요.무스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계의 M&A가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의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M&A 확대의 원인으로 ① M&A할 만한 자산이 많이 남지 않았다 ②중국이 반도체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각 업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③규모의 경제 효과가 매우 커지고 있다 등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어디서 M&A가 활발히 진행될까요. 장비업계는 다섯 개 대형사가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컴퓨팅 플랫폼은 퀄컴과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네 곳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 D램 업계는 세 곳으로 정리가 끝나 있습니다. 하지만 낸드 플래시를 만드는 곳은 아직 여섯 곳이 남아 여전히 M&A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했지요.아날로그 업계는 제품 종류가 다양한 만큼 대기업만 수십여 개가 있습니다. M&A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무스 애널리스트는 "가장 흥미로운 영역은 클라우드, 네트워킹 및 자동차칩 분야"라며 "마벨이 가장 흥미로운 M&A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