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 만으로 '다이어트약' 처방한 한의사…대법 "의료법 위반"

대면진찰 없이 전화상담 만으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준 한의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A씨는 2014년 4월 환자 B씨의 요청을 받아, 내원 진찰 없이 전화상의 문진만 실시한 후 다이어트 한약을 처방해 배송해줬다. 검찰은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의료법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등을 예외사유로 두고 있다.

A씨 측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의 예외적 사유에 해당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며 “직접 B씨와 전화상담을 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처방에 관한 판단을 의료기관 내에서 하는 등 의료행위의 주요 부분을 의료기관 내에서 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벌금 50만원(유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34조에 의료인이 원격진료실, 데이터 및 화상을 전송·수송할 수 있는 단말기 등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직접 대면진료 원칙에 대한 예외를 한정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외료법 33조 1항 2호)에서 ‘진료’란 여전히 직접 대면진료를 의미하고 전화에 의한 진료는 원격진료 요건을 갖추지 않은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환자를 대면하지 않음으로써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의 방법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채 단지 전화통화에 의한 문진 등의 방법으로만 진료하는 것은 의료법이 정하는 의료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기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했다.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