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다 네 것"…고생한 수험생에게 드리는 시 한 편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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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입시는 전례 없는 ‘마스크 수능’이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험 일정마저 2주일 뒤로 미뤄져 마음고생이 심했다. 책상 앞면을 가로막은 칸막이 때문에 공간이 좁아져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소리도 나왔다.
이래저래 힘겨운 시기이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좋을 것이다. 기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영국 시인 J 러디어드 키플링은 ‘만약에…’라는 시에서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라고 노래했다. 그동안 애쓴 수험생과 그 부모들을 위해 키플링의 시를 읽어드리고 싶다.
만약에…
-J 러디어드 키플링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
기다리면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다면
속임을 당하고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하고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너무 선량한 체, 현명한 체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면서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하면서도 생각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걸 한 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것을 다 잃고 다시 시작하면서도
결코 후회의 빛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심장과 신경, 힘줄이 다 닳아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버텨라! 라는 의지뿐일 때도
여전히 버틸 수 있다면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들과 함께 거닐면서도 오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들 중히 여기되 누구도 지나치지 않게 대한다면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만큼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무엇보다 아들아,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이 시는 키플링이 1910년 열두 살 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시와 산문을 두루 잘 써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헨리 제임스가 “키플링은 개인적으로 내가 알아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천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우리가 잘 아는 ‘정글북’도 그의 작품이다. 1907년 영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최연소 수상자로 남아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 둘이었다.
그는 특히 영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인도의 군대 생활을 그린 시 ‘병영의 노래’와 ‘7대양’ 등을 통해 영국의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조지 오웰로부터 ‘대영제국의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에 맞서 불복종 운동을 편 간디가 키플링의 시 ‘만약에…’를 자주 애송했다는 점이다. 키플링보다 네 살 아래인 간디는 영국에서 공부한 변호사이기도 했다. 그가 ‘인도의 성자’로 추앙받게 된 이면에 제국주의 시인 키플링이 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요즘도 이 시를 좋아하는 유명인이 많다. 고난 끝에 일약 스타가 된 영국의 오페라 가수 폴 포츠도 그중 한 명이다. 휴대폰 판매원이던 그는 초라한 외모와 가난, 교통사고, 종양수술 등의 어려움을 딛고 오디션 스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키플링의 이 시 덕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 또한 이 시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딸은 “아버지가 너무나 좋아해 이 시를 금속 장식판에 새겨서 걸어두고는 늘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경기장인 윔블던코트의 선수 입장문 위 벽에도 이 시의 한 구절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이 적혀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래저래 힘겨운 시기이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좋을 것이다. 기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영국 시인 J 러디어드 키플링은 ‘만약에…’라는 시에서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라고 노래했다. 그동안 애쓴 수험생과 그 부모들을 위해 키플링의 시를 읽어드리고 싶다.
만약에…
-J 러디어드 키플링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
기다리면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다면
속임을 당하고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하고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너무 선량한 체, 현명한 체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면서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하면서도 생각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걸 한 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것을 다 잃고 다시 시작하면서도
결코 후회의 빛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심장과 신경, 힘줄이 다 닳아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버텨라! 라는 의지뿐일 때도
여전히 버틸 수 있다면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들과 함께 거닐면서도 오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들 중히 여기되 누구도 지나치지 않게 대한다면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만큼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무엇보다 아들아,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이 시는 키플링이 1910년 열두 살 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시와 산문을 두루 잘 써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헨리 제임스가 “키플링은 개인적으로 내가 알아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천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우리가 잘 아는 ‘정글북’도 그의 작품이다. 1907년 영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최연소 수상자로 남아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 둘이었다.
그는 특히 영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인도의 군대 생활을 그린 시 ‘병영의 노래’와 ‘7대양’ 등을 통해 영국의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조지 오웰로부터 ‘대영제국의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에 맞서 불복종 운동을 편 간디가 키플링의 시 ‘만약에…’를 자주 애송했다는 점이다. 키플링보다 네 살 아래인 간디는 영국에서 공부한 변호사이기도 했다. 그가 ‘인도의 성자’로 추앙받게 된 이면에 제국주의 시인 키플링이 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요즘도 이 시를 좋아하는 유명인이 많다. 고난 끝에 일약 스타가 된 영국의 오페라 가수 폴 포츠도 그중 한 명이다. 휴대폰 판매원이던 그는 초라한 외모와 가난, 교통사고, 종양수술 등의 어려움을 딛고 오디션 스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키플링의 이 시 덕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 또한 이 시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딸은 “아버지가 너무나 좋아해 이 시를 금속 장식판에 새겨서 걸어두고는 늘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경기장인 윔블던코트의 선수 입장문 위 벽에도 이 시의 한 구절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이 적혀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