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계약…공식 발표는 '신중 모드'

"다른 계약에 영향…국익 위해 구체적 사항 못밝혀"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개별 기업들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 여러 회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계약 여부 보도가 자칫 다른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질병관리청은 3일 질병청이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국내 도입을 위해 현재 개별 기업과 협상이 진행 중에 있어 기업명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은 지난달 임상 3상 중간 평가에서 평균 70%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됐다.

화이자(95%)나 모더나(94.5%)에 못 미치지만 가격이 4달러(3일 기준 4390원) 정도로 저렴하고 화이자(영하 70도), 모더나(영하 20도)와 달리 일반적인 냉장온도(2~8도)에서 최소 반년간 보관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서 위탁 생산 중이어서 국내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부에서 백신 공급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정부는 관련 협상이 모두 마무리될 때 협상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식 발표 전까지 최종 계약 여부를 확언하기 어려운데다 여러 기업들과 다양한 백신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제약회사와의 계약 사실이 알려질 경우 협상에서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정부는 그동안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5개 제품을 대상으로 구매 계약 협상을 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계약 체결이 보도된 아스트라제네카와 지난 2일 영국이 긴급사용을 승인한 화이자를 비롯해 존슨앤존슨, 모더나, 노바백스 등과 협상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 분을 확보하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2000만명 분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확보할 물량은 3000만명 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보다 꽤 더 많은 양의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도 예산에도 접종 대상을 44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한 백신 구매비 9000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