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조제' 한지민 "하반신 마비 연기, 감히 아프다 말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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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 신작 '조제'로 돌아온 한지민
"나도 결핍 많아…나이가 든 만큼 고단함 있어"
자신을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에 나오는 '조제'라고 불러달라는 여자. 신체적 장애로 집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살아가는 조제는 우연히 만난 대학생 영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한지민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낯설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조제'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배우 한지민에게도 '결핍'이 있을까. 한지민은 "극중 캐릭터와 광고 모습으로 좋게 보이지만 저 또한 결핍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지민은 "가장 어려운 것은 나 자신인 것 같다. 사람, 가족, 친구, 연인 관계에 인한 감정소모도 크지만 가장 큰 결핍은 스스로에게 주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알아가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결핍이 끊임없이 오는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나이가 드는 만큼의 고단함이 오는 것 같다. 저도 삶을 살 때 어려워하고 힘들어 한다"고 귀띔했다.
영화 '조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던 조제(한지민)가 우연히 만난 대학생 영석(남주혁)과 함께 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한지민은 할머니와 살아온 집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조제 역할을 맡아 영석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동시에 스스로를 아끼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하반신 마비 연기는 조심스러웠고 어려웠다. 한지민은 "가장 먼저 시작했던 작업이다. 조제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먼저 해야될 노력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지점을 나의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마다 움직임이 다르다. 집에서는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휠체어는 내 삶 속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집에 휠체어를 두고 타고 이동했다. 때로운 휠체어 없이 동선을 연습했다. 차에 올라타거나 혼제 휠체어에 올라타는 지점은 제 상상으로 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영상을 보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힘을 뺀다는 것이었다. 돌아눕는 신에서도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몸을 끄는 생활을 하다보니 뼈, 골반이 아팠다. 감히 아프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부분일거다. 많이 어려웠지만 그 또한 조제의 삶이니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지민 표 '조제'는 말 보다 눈빛이었다. 한지민은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신이 많았다. 꽉 채워서 더 표현하지 않았다. 제게 생경한 작업이었다. 끊임없이 물어봤다. 영화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더 잘 할걸. 이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말끝을 흐리는 조제의 말투에 대해 "책을 많이 읽는 캐릭터다. 소통하는 사람이 할머니 밖에 없었기에 어떤 에너지로, 어떤 톤으로 전달해야하나 고민했다. 독특한 말투로 설정했다기보다 조제가 하는 말 자체가 조제의 모든 감정이 아니다. 내가 얘기를 하면서도 속마음은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대사를 표현했다. 영화가 가져가야 할 정서는 있었기에 담백하고 소박하게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조제'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원작에 한국적 감성을 불어넣었다. '눈이 부시게'를 통해 애틋한 호흡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지민과 남주혁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종관 감독이 맡았다. 영화 '조제'는 지난 10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따스한 활력을 불어넣는 유일한 한국 영화로 꼽힌다.
▶[인터뷰①] 한지민 "'조제'는 물음표, 또 한번의 성장통 겪어"
▶[인터뷰②] 한지민 "'눈이 부시게' 때 겁 냈던 남주혁, 이번엔 용기 받아"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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