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코로나 시대 해야할 이야기…싸워 지킬 가치 있죠"

우주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제작·연출·주연
"10년간 한국 영화계 이룬 것 정말 대단…'기생충' 성공 멋진 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를 유영했던 조지 클루니가 다시 우주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주연은 물론 연출과 제작까지 맡았다.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황폐해져 버린 지구에서 북극에 홀로 남은 노년의 천문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과 목성에서 귀환 중 지구와 교신이 끊긴 우주선 에테르호의 통신 전문가 설리(펄리시티 존스)는 짧은 교신에 성공한다. 3일 온라인으로 한국 언론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각본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것 같았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했죠.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요. "
그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내 강조한 것은 '삶의 가치'였다.

지구가 멸망한 것이 기후 위기 때문이든, 핵 때문이든, 전염병 때문이든 감독은 그 이유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말했다.

"지구를 덮친 재앙이 어떤 것이든, 결국 인간이 자초한 것이라는 거죠. 또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해결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죠. 오거스틴이 결국 받아들인 사실은 인류는 충분히 싸워 지킬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를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들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기후 위기를 개선해 지구를 지키는 노력이 가치가 있다고요.

"
그는 "원작 소설이 후회에 집중한다면, 영화는 구제와 구원에 집중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구제와 구원은 중요한 테마"라고 강조했다.

"저는 오거스틴처럼 커다란 후회를 안고 살며 구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행운이죠. 나이를 먹을수록 이렇게 해볼걸, 충분히 사랑할 걸, 더 마음을 열고 살아볼 걸 하는 후회는 내면을 파괴하는 암 덩어리 같아요.

"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그렇듯, 활자로 설명된 많은 것들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황폐해진 지구와 달리, 인류가 옮겨갈 만한 보금자리로 찾은 행성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우주선은 지금껏 영화에서 봐 온 다른 어떤 우주선보다 넓고 안락하며 기술로 구현한 아날로그 감성까지 더해 우주에서도, 우주선에서도 '살만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조지 클루니는 "사람이 살기 위한 투쟁을 얼마나 강력하게 할 수 있는지, 살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은 건 우주선 바깥에서 작업을 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대원이 우주선 안에서 출혈하는 장면이다.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고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음악 감독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저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예요.

그에게 '공중에 떠다니는 피를 위한 발레곡'을 써달라고 했죠. 처음엔 혼란스러워했지만 멋지게 완성해 줬습니다.

"
'그래비티'에 이어 다시 한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데 대해 그는 "'그래비티' 때는 좀 떠다니다 죽으면 됐으니까 할 일이 적었다"며 웃고는 "액션이 훨씬 적은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명상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마지막 코멘트를 자청해 한국 영화계와 관객들에게 특별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여러분들이 충분히 자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영화계가 이룬 것은 정말 대단하고, '기생충'의 성공은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 영화계가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 한국 분들이 충분히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는 오는 9일 극장에서 개봉한 뒤 2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