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너무 믿었나…막판 30분간의 추락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가 3일(미 현지시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장 초반 보합세로 출발한 증시는 전날처럼 부양책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장 시작 전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7만5000명 줄어든 71만2000명으로 예상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3월 팬데믹 사태가 터진 뒤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시장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전날 미국 감사원이 노동부의 실업급여 청구건수 집계가 팬데믹이 터진 뒤 엉망이라고 지적한 탓입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수치가 이상하다. 다음주에는 80만 명대로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시장은 4일 아침 발표될 11월 고용지표와 실업률을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부양책 논의는 정말 진전되는 듯합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장이 당초 고집하던 2조2000억 달러 규모를 초당파 의원들이 제안한 9000억 달러대로 낮춘 뒤 돌파구가 마련되는 느낌입니다.

펠로시 의장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 이후 처음으로 전화로 부양책을 논의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타협이 가까워졌다.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 5000억 달러보다 적어야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바꾸지는 않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빠르면 이번 주말까지 합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골드만삭스는 7000억 달러 규모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다우는 오후 3시25분께 다시 3만선을 훌쩍 넘어 3만110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3시26분 긴급속보를 띄우면서 마지막 30분간 추락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85포인트, 0.29% 증가한 2만9969.52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마이너스로 전환돼 0.06% 하락했고 나스닥은 0.23% 올랐습니다.

WSJ은 화이자가 원료 문제로 인해 올해 계획한 백신 1억 개 배포를 절반 규모로 줄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내년엔 계획대로 10억 개 생산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화이자 주식은 1.74% 급락하고, 모더나 주식은 9.97% 폭등했습니다. 모더나는 이날 자사 백신의 면역력이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하루 감염자는 다시 20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2800명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모든 시민에게 자택대피령을 내렸습니다. 뉴욕 증시는 이런 소식은 반영하지 않다가 백신 소식엔 빠르게 요동쳤습니다. 현재 시장은 향후 몇 개월 뒤 시작될 경제 재개 시점만을 따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까 부양책 협상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이날 유독 이렇게 협상 얘기가 많았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OPEC+)은 내년 1월부터 감산량을 월 5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지금까지는 770만 배럴 감산을 해왔는데, 내년 1월에는 720만 배럴, 2월에는 670만 배럴, 3월에는 620만 배럴 등으로 줄이는 겁니다.



유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견해차로 인해 원래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게 열린 이번 회의에서 늦게나마 합의가 됐고, 늘어나는 산유량도 월 50만 배럴로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OPEC+ 국가 간에 이견이 커지고 있어서 경기가 살아나는 내년에는 감산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합니다.

브렉시트 협상도 올해 말 데드라인을 앞두고 열리고 있는데, 이날 아침엔 EU와 영국 측에서 며칠 내 타결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나왔지만 오후엔 공정경쟁 등 쟁점에서 이견이 여전하다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브렉시트 협상도 이번 주말을 전후로 합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날 브렉시트 협상은 달러화 약세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날 ICE 달러인덱스는 0.5% 가까이 떨어져 90.504까지 급락했습니다.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원달러 환율도 어제 달러당 1090원대까지 떨어졌었는데, 달러화는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미 동부시간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유로화는 0.22% 올랐고 달러화는 0.66%나 급등했습니다.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의 무역수지 흑자 증가, 경기 회복 기대 등이 배경입니다. 유로존은 올해 경기가 나빠지자 수입량이 줄어 흑자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로존은 선진국 중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곳으로 내년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보다 회복세가 가파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코로나 파동이 커진 지난 3월 이후 유로화는 달러대비 12.2%나 올라 중국 위안화의 8.6%보다 더 많이 절상된 상황입니다.

미즈호 등 일부 금융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강세에 대해 더 이상 쓸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즉 마이너스금리에 막대한 양적완화(QE)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로화 절상 속도를 낮추기 위해 더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만약 ECB가 손을 놓고 있게 된다면 유로화 강세가 가속화하면서 달러 약세는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현재 FX파생 시장에선 달러 매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날 특징주로는 테슬라, 보잉, 극장주들을 들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날도 4.3% 오르며 593.3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바꾸면서 목표가를 기존의 455달러에서 780달러로 높인 영향이 컸습니다. 현 주가보다 30% 이상 더 오른다고 밝힌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 향후 2년간 테슬라가 공급할 차량은 올해 목표치인 50만 대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도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 42개를 발표하면서 테슬라를 포함시켰습니다.

다만 이를 100% 믿진 마십시오. 최근 비트코인이 다시 급등해 2000만 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는데, 골드만삭스는 2018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0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이날 보잉은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보잉 737 맥스 기종을 75대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5.99%나 폭등했습니다. 미국 항공사들이 이달 중 737맥스 상업비행을 재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보잉은 경제 재개의 수혜주이기도 합니다.

극장주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워너브라더스가 내년부터 모든 영화를 극장과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에서도 동시 개봉하겠다고 발표한 탓입니다. 이에 극장주인 AMC는 15.97%, 씨네맥스는 21.95%, 아이맥스는 8.05% 폭락했습니다. 일부에선 '할리우드의 종말'이라고까지 보도하는데, 정말 이번 팬데믹이 세상을 많이 바꿔놓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없었다면 10년 걸릴 디지털로의 변화가 한 1~2년 만에 이뤄지는 듯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