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오 기업] 스위스 스타트업 CUTISS의 인공 피부조직 '데노보스킨'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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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대와 취리히 어린이병원에서 2017년 스핀오프한 커티스(CUTISS)는 화상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커티스는 소량의 피부 조직으로 100배에 달하는 새 피부 조직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위스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IFJ인스티튜트는 매년 가장 혁신적이고 유망한 기업 100개를 선정해 ‘스위스 스타트업 어워드’를 개최한다. 전문가들은 창업한 지 5년 미만인 스타트업 기업 중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100개의 기업을 선정한다. 바이오테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시상식에 참여한다.커티스는 2020년 스위스 스타트업 어워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설립된 이래로 4년째 매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은 피부 조직 100배로 늘려… 손상 부위 넓어도 이식 가능해
커티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데네보스킨’은 자가 유래 인공 피부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화상이나 흉터가 심할 경우 자신의 몸에서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 이식 수술을 한다. 하지만 전신화상과 같이 상처의 범위가 넓은 경우 떼어낼 수 있는 피부가 얼마 없어 수술마저도 어렵다.데네보스킨은 적은 양의 환자 피부 조직으로부터 만들어진 대량의 인공 피부 조직이다. 10㎠의 피부 조직을 떼어내면 100배에 달하는 1000㎠의 새로운 피부 조직을 얻을 수 있다. 다니엘라 마리노 커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는 100배에 그치지만, 시장에 판매 허가가 나기 전에 1000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네보스킨의 또 다른 경쟁력은 빠른 제작 기간이다. 아무리 많은 양의 피부 조직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 시기를 놓쳐버리면 무용지물이다. 커티스는 약 30일 이내에 몸 전체에 해당하는 양의 피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마리노 CEO는 빠른 생산이 가능한 이유로 간단한 제조 과정을 꼽았다. 환자의 피부 조직을 떼어낸 후 각질형성세포와 섬유아세포를 분리해낸다. 그리고 세포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배양 환경에서 키운 뒤 압축한 하이드로겔에 넣어준다. 하이드로겔에는 콜라겐과 같이 세포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인자들이 포함돼 있다. 커티스는 피부의 표피층을 만드는 각질형성세포는 하이드로겔의 위쪽에 배치하고, 피부 안쪽의 진피층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는 아래쪽에 배치해 피부의 3D 구조를 구현했다. 제조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자동화 생산도 가능하다. 커티스는 2023년에 자동화 GMP 생산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시스템에 필요한 3개의 바이오리액터를 개발한 상태로, 지난해 특허출원도 마친 상태다. 마리노 CEO는 “자동화 시스템은 제품의 표준화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생산 기술과 시간도 획기적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시스템 개발·후속 파이프라인 등 여러 마일스톤 보유
커티스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과 데네보스킨의 판매를 통해 2024년 1분기까지 회사 규모를 키울 계획을 하고 있다. 현재 데네보스킨은 스위스 의료제품청,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화상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현재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2022년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규제기관의 판단에 따라 임상 3상을 진행하거나 혹은 조건부 판매가 바로 이뤄질 수도 있다. 2023년까지 중국,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데네보스킨의 판매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데네보스킨 이후의 차기 파이프라인은 색소침착 치료제다. 색소침착은 피부나 손발톱 등에서 멜라닌 색소가 증가하며 검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색소침착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46억 달러(약 4조9956억 원)이었다. 마리노 CEO는 “환자의 멜라닌 세포를 이용해 정상 피부 조직을 만들 것”이라며 “기존의 빅파마 약물과는 전혀 다르게 접근하기 때문에 충분히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커티스는 시리즈B를 완료한 상태다. 이탈리아의 제약회사인 줄리아니 파마(Giuliani pharma)와 미국의 비스 재단(Wyss foundation)이 주요 투자자다.
<인터뷰> 다니엘라 마리노 커티스 CEO“피부 재생 치료기기 개발 경험이 있는 한국 회사 협력 원해”
Q.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 먼저 요청해 미팅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한국은 매우 진보된 헬스케어 시스템을 가진 나라다. 보험 시스템도 다른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다. 또 화상 환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 매년 약 50만 명의 화상 환자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전체 인구를 고려했을 때 10만 명당 1091명의 화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높은 수치다. 우리의 기술을 한국의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의 협력을 원하나?
A. 크게 두 종류의 기업이다. 하나는 제품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세포치료제나 의료기기 기업이 우리의 제품 개발과 잘 맞을 것 같다. 나라마다 시장과 정책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있는 기업이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아쪽에 아직 협력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 아시아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목표는 데네보스킨을 출시하는 나라에 재건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함께 양성하는 것이다. 병원과의 관계가 탄탄한 기업과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데네보스킨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A. 안전성과 이식 후 상처가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피부 이식 수술은 다른 곳에 있던 피부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이식 후 경계가 뚜렷하게 나뉜다. 데네보스킨의 두께는 1㎜ 정도로 매우 얇다. 그만큼 생착률도 높고 원래 피부 조직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자란다.
실제 임상 1상 결과 환자의 이식 부위를 보면 건강한 피부와 데네보스킨을 이식한 부분의 경계가 아주 희미하다. 이식 후 3개월만에 상피, 진피층 모두 원래 피부와 유사하게 자리를 잡았다. 평균 15개월 정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다른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스위스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IFJ인스티튜트는 매년 가장 혁신적이고 유망한 기업 100개를 선정해 ‘스위스 스타트업 어워드’를 개최한다. 전문가들은 창업한 지 5년 미만인 스타트업 기업 중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100개의 기업을 선정한다. 바이오테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시상식에 참여한다.커티스는 2020년 스위스 스타트업 어워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설립된 이래로 4년째 매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은 피부 조직 100배로 늘려… 손상 부위 넓어도 이식 가능해
커티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데네보스킨’은 자가 유래 인공 피부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화상이나 흉터가 심할 경우 자신의 몸에서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 이식 수술을 한다. 하지만 전신화상과 같이 상처의 범위가 넓은 경우 떼어낼 수 있는 피부가 얼마 없어 수술마저도 어렵다.데네보스킨은 적은 양의 환자 피부 조직으로부터 만들어진 대량의 인공 피부 조직이다. 10㎠의 피부 조직을 떼어내면 100배에 달하는 1000㎠의 새로운 피부 조직을 얻을 수 있다. 다니엘라 마리노 커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는 100배에 그치지만, 시장에 판매 허가가 나기 전에 1000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네보스킨의 또 다른 경쟁력은 빠른 제작 기간이다. 아무리 많은 양의 피부 조직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 시기를 놓쳐버리면 무용지물이다. 커티스는 약 30일 이내에 몸 전체에 해당하는 양의 피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마리노 CEO는 빠른 생산이 가능한 이유로 간단한 제조 과정을 꼽았다. 환자의 피부 조직을 떼어낸 후 각질형성세포와 섬유아세포를 분리해낸다. 그리고 세포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배양 환경에서 키운 뒤 압축한 하이드로겔에 넣어준다. 하이드로겔에는 콜라겐과 같이 세포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인자들이 포함돼 있다. 커티스는 피부의 표피층을 만드는 각질형성세포는 하이드로겔의 위쪽에 배치하고, 피부 안쪽의 진피층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는 아래쪽에 배치해 피부의 3D 구조를 구현했다. 제조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자동화 생산도 가능하다. 커티스는 2023년에 자동화 GMP 생산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시스템에 필요한 3개의 바이오리액터를 개발한 상태로, 지난해 특허출원도 마친 상태다. 마리노 CEO는 “자동화 시스템은 제품의 표준화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생산 기술과 시간도 획기적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시스템 개발·후속 파이프라인 등 여러 마일스톤 보유
커티스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과 데네보스킨의 판매를 통해 2024년 1분기까지 회사 규모를 키울 계획을 하고 있다. 현재 데네보스킨은 스위스 의료제품청,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화상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현재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2022년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규제기관의 판단에 따라 임상 3상을 진행하거나 혹은 조건부 판매가 바로 이뤄질 수도 있다. 2023년까지 중국,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데네보스킨의 판매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데네보스킨 이후의 차기 파이프라인은 색소침착 치료제다. 색소침착은 피부나 손발톱 등에서 멜라닌 색소가 증가하며 검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색소침착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46억 달러(약 4조9956억 원)이었다. 마리노 CEO는 “환자의 멜라닌 세포를 이용해 정상 피부 조직을 만들 것”이라며 “기존의 빅파마 약물과는 전혀 다르게 접근하기 때문에 충분히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커티스는 시리즈B를 완료한 상태다. 이탈리아의 제약회사인 줄리아니 파마(Giuliani pharma)와 미국의 비스 재단(Wyss foundation)이 주요 투자자다.
<인터뷰> 다니엘라 마리노 커티스 CEO“피부 재생 치료기기 개발 경험이 있는 한국 회사 협력 원해”
Q.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 먼저 요청해 미팅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한국은 매우 진보된 헬스케어 시스템을 가진 나라다. 보험 시스템도 다른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다. 또 화상 환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 매년 약 50만 명의 화상 환자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전체 인구를 고려했을 때 10만 명당 1091명의 화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높은 수치다. 우리의 기술을 한국의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의 협력을 원하나?
A. 크게 두 종류의 기업이다. 하나는 제품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세포치료제나 의료기기 기업이 우리의 제품 개발과 잘 맞을 것 같다. 나라마다 시장과 정책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있는 기업이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아쪽에 아직 협력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 아시아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목표는 데네보스킨을 출시하는 나라에 재건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함께 양성하는 것이다. 병원과의 관계가 탄탄한 기업과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데네보스킨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A. 안전성과 이식 후 상처가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피부 이식 수술은 다른 곳에 있던 피부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이식 후 경계가 뚜렷하게 나뉜다. 데네보스킨의 두께는 1㎜ 정도로 매우 얇다. 그만큼 생착률도 높고 원래 피부 조직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자란다.
실제 임상 1상 결과 환자의 이식 부위를 보면 건강한 피부와 데네보스킨을 이식한 부분의 경계가 아주 희미하다. 이식 후 3개월만에 상피, 진피층 모두 원래 피부와 유사하게 자리를 잡았다. 평균 15개월 정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다른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