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멤버' 유일 생존 강경화…美정권교체기 외교안정 고려한 듯

외교관 성비위·남편 미국행 논란에도 문 대통령과 동행 가능성 커져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 외교가, 장수 장관에 긍정적…'오경화'·'K5' 회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면서 2017년 정부 출범부터 함께하는 '원년 멤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만 남았다.강 장관은 그간 잇따른 외교관 성비위와 구겨진 태극기로 대변되는 부내 각종 기강해이성 실수, 남편의 요트 외유 등 갖은 논란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대통령과 5년 임기를 함께 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 안정적인 외교를 위해 강 장관을 유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 외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내년 1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1년 반 정도 남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는 외교정책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서 성과를 내려면 미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수인 만큼 그간의 전개 과정을 잘 아는 강경화 장관이 계속 업무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도 조속히 타결할 필요가 있으며, 한미일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일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교부의 대응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 초기에는 각국이 한국에 문을 닫으며 외교부가 궁지에 몰린 형국이었으나, 이후 K방역이 성과를 내면서 강 장관이 이를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또 외교장관 업무 특성상 국제회의와 해외순방에 문 대통령을 자주 수행했는데 과거 유엔 근무 등을 통해 쌓은 경험과 유창한 영어로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주변에 '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중대한 과오가 없는 한 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5년 임기를 함께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외교가에서는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해외 주요 인사와의 친분 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외교 수장의 '장수'를 반기는 분위기다.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5년 임기'를 함께하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오경화'나 'K5'(K는 강 장관의 성 이니셜)라는 말이 예전부터 회자했다.

강 장관도 그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 장관은 취임 이후 외교부 문화 혁신과 기강 확립을 역점 정책으로 추진했지만, 잦은 의전 실수와 재외공관 내 성비위 문제로 조직 장악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이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사전 조율 없이 언급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또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미국에 요트 여행을 가면서 개인사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장관은 지난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내 성비위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에 "여러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 대해서는 장관인 제가 어떤 한계라든가 리더십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지금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들께서 그렇게 평가하시고,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평가하시면 거기에 합당한 결정을 하실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