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창흠 "공급불안 잠재우겠다"지만…부동산 정책 큰틀 변화 없을 듯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단독 인터뷰

SH·LH 사장 거친 공공주택 전문가…공급정책 탄력 기대
'수요 억제' 기조는 유지 전망…재건축 등 규제 완화 주목
전문가 "임대차법 부작용 심각…전세대란 해결이 첫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LH 사장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4일 지명했다. 변 후보자가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 수장이 김현미 장관에서 변창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교체되면서 주택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경질이 아니다”고 했지만, 부동산 민심 이반이 교체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변화가 없는 한 세금 중과 등을 통한 ‘수요 억제’ 등 큰 정책 기조가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기업에서 현장을 많이 접한 변 사장이 공급 부족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실질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불안 잠재울 것”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변 사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급 부족 우려 등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주택이 충분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은 이번 인선 배경에 대해 “SH공사, LH 등 공기업에서 보여준 실행력과 구체적인 성과가 평가된 것 같다”고 했다. 진보적 성향의 학자 출신인 변 사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중요시하는 부동산과 도시주택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세종대 교수 등을 지내며 20여 년간 부동산 문제를 연구했다.이후 SH공사, LH 등 주택 공급 정책을 실행하는 양대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부동산 개발에 대한 시각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 사장은 “대전역에 가보고 아직도 이렇게 방치된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역세권 등 개발이 필요한 곳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4월 LH 사장을 맡은 뒤 강조한 것도 공급을 늘리는 ‘공공 디벨로퍼’ 역할이었다. LH는 도시재생뉴딜, 3기 신도시, 공공임대 공급 등을 도맡고 있다.

이 때문에 변 사장이 국토부 장관이 되면 공급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개발이익 환수 등을 전제로 꽁꽁 묶인 재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변 사장은 “이번 정부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공급 정책의 틀을 짜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 기조 바뀌긴 힘들어

변 사장이 공급 문제를 강조했지만, 김현미 장관이 3년5개월여 동안 유지해온 이번 정부의 큰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집값 급등 현상이 다주택자 등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규제책 위주로 시장을 관리해왔다. 뒤늦게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였지만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로,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시장이 필요로 한 재건축·재개발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변 사장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SH공사 사장 때는 당시 서울연구원장이던 김 전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다.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택 정책을 주도한 건 청와대였다. ‘투기세력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된다.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정책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장관의 일성이 나오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변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다”며 “다만 공급 대책이 더 탄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정부 들어 24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모두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뒤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는 주택 매수세 증가를 가져와 서울 외곽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 사장이 주택 시장 안정 등 성과를 내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새 장관의 첫 과제는 임대차보호법 부작용에 따른 전국적인 전세 대란”이라며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해 얼마나 시장 친화적인 대책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심은지/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약력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박사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