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을 막고자 성탄절과 연말연시 휴가 시즌의 국내 이동과 해외 여행을 제한하는 방역 대책을 시행한다.주세페 콘테 총리는 3일 밤(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하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행정명령(이달 4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발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21일부터 주현절(주님 공현 대축일)인 내년 1월 6일까지 전국적으로 주(州) 사이의 이동이 금지된다.
예를 들어 라치오주에 속해 있는 수도 로마 시민은 주 경계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며, 토스카나주의 피렌체나 롬바르디아주 밀라노 등으로는 갈 수 없다는 뜻이다.특히 성탄절인 이달 25일과 26일, 새해 첫날에는 거주하는 도시나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강력한 이동제한이 적용된다.
다만 업무 또는 건강상의 사유가 소명되거나 각종 응급 상황 아래에서는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행정명령 발효 기간 전국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된다.이에 따라 전통적인 성탄 자정 미사는 밤 8시 안팎으로 앞당겨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주교회의(CEI)는 이러한 당국의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달 31일의 경우 통행금지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해 첫날 오전 7시까지로 더 길다.음식점·주점은 오후 6시까지 현장 영업이 가능하나, 정부가 지정한 바이러스 고위험지역(레드존)과 위험지역(오렌지존)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해외 여행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일부터 해외 여행·방문 후 귀국하는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
연말연시 휴가철 해외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탈리아에 입국하는 외국인도 의무 격리 대상이다.
현재 폐쇄 상태인 스키장은 내년 1월 7일부터 개장할 수 있다.
지난달 초부터 전국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고등학교 대면 수업 역시 7일부터 제한적으로 재개된다.
다만 학교별로 등교할 수 있는 학생 수는 매일 전체 75%로 제한된다.
일반 상점은 밤 9시까지만 영업이 허용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쇼핑센터의 경우 평일에는 밤 9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나 주말·휴일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문을 닫는다.
이달 21일부터 내달 6일까지는 크루즈선 운항도 금지된다.
정부는 아울러 함께 거주하는 가족·친지 이외의 외부인을 오찬 또는 만찬 등을 위해 집으로 초대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콘테 총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러스 1∼2차 유행만큼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3차 유행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조처들이라며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방역책에 대해 야권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일반 국민 상당수는 지지 입장을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국민 79.8%가 성탄절 및 연말연시 방역 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탈리아는 지난 여름 휴가철 방역을 느슨하게 했다가 바이러스 2차 유행이 현실화하며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성탄절 연휴 기간 오히려 방어벽을 낮추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것도 지난 여름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3천225명, 사망자 수는 993명이다.
일일 사망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누적으로는 각각 166만4천829명, 5만8천38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