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노래 사랑'…매주 일요일 TV에 외국음악 정규편성

중국보다는 러시아가요 친숙하게 여겨…'백만송이 장미' 가수 평양 공연도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에서 일요일 오후가 되면 러시아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6일 조선중앙TV 편성표를 보면 '문화방송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이는 1∼2곡의 외국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 첫 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3시께 방송 중이다.

7월 5일 첫 방송 이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개최 다음 날인 10월 11일과 태풍 경보 및 피해복구 소식을 전하던 9월 6일, 13일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정규 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외국음악의 종류는 독창부터 4중창, 관현악까지 다양하다.

특히 러시아 음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총 20회 방송분 가운데 11회는 '두루미 떼', '병사는 살아있네'와 같은 러시아 곡으로 채워졌다.

중국 곡이 방송된 것은 3차례였으며, 이외에는 관현악이나 피아노 독주 등을 송출했다.

절반 이상이 러시아 곡이라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에서 러시아식 선율을 친숙하게 여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러시아 음악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인기를 끌어왔다.

김일성 주석은 '백만송이 장미'를 애창했으며, 해당 곡을 부른 알라 푸가초바가 김 주석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공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전통가요 여가수인 류드밀라 지키나가 골반 관련 질환을 앓자 직접 편지를 보내 치료차 평양을 찾아달라고 초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05∼2008년에는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민속합창단이 방북해 공연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부부 동반으로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고, 이듬해에는 북한군 군악단과 러시아 국방부 중앙군악단이 합동공연을 벌였다.

앞으로도 북한의 '러시아 음악 사랑'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다졌으며, 회담이 끝난 뒤 연회에서 러시아 음악과 춤 공연을 관람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 내무부 소속 '국가근위군 노래·가무 아카데미 앙상블'의 공연을 치하하며 이들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사회주의 우방인 중국보다 러시아 음악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탈북민은 "러시아 민요인 '백만송이 장미'는 북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라며 "남한에서 미국 팝송을 좋아하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은 중국 노래보다 러시아 선율을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