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전망대] 얼마나 센 '탄소중립' 방안 나올까

정인설 경제부 차장
2014년 당시 정부는 들떠 있었다. 그해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국내 산업이 움츠려 있던 1998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처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정부는 바로 야심찬 목표를 잡았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4300만t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21%가량 적은 수치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 강했을 뿐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다시 늘기 시작해 2018년까지 매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그러다 지난해 잠정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280만t으로 2018년보다 3.4% 감소했다. 정부는 다시 ‘배출량 정점을 찍고 온실가스 감축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난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30년 안에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제거하는 탄소량의 차이인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게 하겠다(넷제로)는 얘기다. 한 해 7억t 이상 내뿜는 탄소를 대폭 줄이거나 혁신적인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정부는 그동안 장기 목표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은 적이 없다. 파리기후협정 가입국으로서 연말까지 유엔에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하지만 초안만 공개했을 뿐 확정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35년이나 2040년부터 국내에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정책 제안 정도가 전부다.

물음표 상태인 정부의 탄소중립 구체안이 7일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무조정실까지 5개 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다. 철강과 정유, 시멘트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간 7억t 안팎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30년 만에 확 줄이는 과정에서 특정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탈원전’이라는 미명 아래 탄소중립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산업을 위축시킨 데 이어 다음 희생양은 누구일지 주목된다.같은 날 국세청은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 경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다음날인 8일엔 기재부가 나라살림의 지표인 ‘10월 재정동향’을 공개한다. 8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가 얼마나 늘지가 관심사다. 9월까지 108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의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

9일엔 금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 개편방안을 내놓는다. 날로 적자폭이 커지는 실손의료보험을 살리기 위해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바뀔 전망이다. 같은 날 금융위는 라임펀드 판매 금융회사를 제재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또 한국은행은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한은은 10일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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