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도입 '급물살' 타나

'공공자가주택' 주장해온 변창흠
'로또 청약' 진화 카드 꺼내들 듯
전매제한 30년·가산금리 방식 고려

이미 실패한 정책 먹힐 지 의문
새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내정되면서 주택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택지에서 ‘로또 청약’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이 본격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은 기존 공공분양주택의 대안으로 제시된 방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소유권은 LH를 통해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주택)만 팔아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제도다. 분양가는 토지비와 건축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토지에 대해선 임대료만 내면 된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정부나 LH 등 공공이 주택을 건설해 분양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이를 공공이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두 제도 모두 서민 주거비 부담 경감과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변 후보자는 그동안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06년 논문 ‘공공자가주택의 이념적 근거와 정책효과 분석’에서 두 유형의 주택을 공공자가주택이라고 규정하고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유형의 주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4년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에서도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앞서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서울 강남·서초에서 분양된 토지임대부 주택이었다. 당시 분양가격이 시세의 절반 이하(2억원 초반대)에 책정되고 토지 임대료도 35만원(전용 84㎥ 기준)으로 낮았다. 하지만 분양자들이 건물 가격이 뛰어 큰 시세차익을 챙기는 등 ‘로또 아파트’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공급이 끊기고 유명무실해졌다.

변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이 다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로또 청약을 막는 보완장치도 마련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를 보완하고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개정안은 전매제한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고, 기간 내에 해당 주택을 매각하면 LH가 매입하도록 했다. 매입 가격은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가산금리만 더해주는 방식 등이 고려될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자가 건물을 매각할 때 LH에 되파는 것을 의무화해 수분양자가 차익을 거둘 여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