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빈대떡, 현대백화점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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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터줏대감 박가네 빈대떡“55년간 광장시장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박가네빈대떡이 바깥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입니다.”
여의도점에 첫 신규 매장
"전통시장과 유통기업 상생 사례"
대한민국 전통시장 1번지 서울 광장시장에서도 가장 오래된 매장으로 꼽히는 ‘박가네빈대떡’. 3대를 이어 빈대떡 매장을 경영하고 있는 추상미 대표(42·사진)는 최근 현대백화점과 계약을 맺었다. 내년 2월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의 식품관 한쪽에 박가네빈대떡 매장을 열기로 한 것. 박가네빈대떡이 광장시장을 벗어난 곳에 신규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영업면적 8만9100㎡로 서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서울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8만6500㎡)을 넘어서는 크기다.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점에서 가장 공들이는 카테고리는 먹거리다. 여의도는 직장인 점심, 저녁식사 수요가 많은 곳이다. 10만여 명의 직장인이 상주하고,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20만 명이 넘는다.
현대백화점은 80여 개 식음료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역 맛집이나 매장 수가 많지 않은 외식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74년 역사의 서울 장충동 베이커리 전문점 ‘태극당’, 스타 셰프 유방녕이 운영하는 중식 레스토랑 ‘유방녕’, 서울 삼청동 돈가스 맛집 ‘긴자바이린’, 제주의 일식 오마카세 전문점 ‘스시 호사카이’ 등도 입점 계약을 맺었다. 추 대표는 “전통시장 상인이 유통 대기업과 상생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가네빈대떡은 백화점 내에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두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방문 포장과 배달 주문으로만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지하 1층 식품관에서 24㎡ 정도의 좁은 면적을 사용한다. 밥과 반찬을 넣은 ‘전 도시락’ ‘빈대떡 도시락’ 등 배달 전문 메뉴도 선보인다.
추 대표는 ‘전통시장 원조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광장시장 상인들을 규합해 차례상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본지 9월 22일자 A2면 참조). 이달 말까지 시장 안에 99㎡ 규모의 ‘센트럴키친’을 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입점 준비를 위한 배달 맞춤형 메뉴 개발 등을 이곳에서 한다. 추 대표는 “대형 식품·외식업체나 가능했던 사업을 전통시장 상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